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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와 철거 사이 외줄타는 180년 역사 구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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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와 철거 사이 외줄타는 180년 역사 구산성당

입력
2016.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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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년간 성당 터인 구산성당, 재개발 위기

미사보금자리사업 막바지인 조만간 철거 여부 확정

‘180년간 성당이 위치해 있는 곳을 개발해 도시형 공장을 세울 수 없다’ ‘다른 종교시설은 모두 철거한 만큼 특정 종교만 봐줄 수 없으니 성당도 철거해야 한다.’

경기 하남 미사보금자리사업 대상지 안에 위치한 180년 전통의 구산성당(사진) 철거를 놓고 천주교계와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보금자리사업 시행 첫해인 2009년부터 8년째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남시와 천주교 수원교구, 미사지구 보금자리입주예정자모임은 서명과 탄원 등을 통해 구산성당 철거를 반대하고 있지만, 보금자리 사업자인 LH는 교회와 절도 모두 철거한 만큼 성당도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산성당은 1836년 신부가 상주하는 대신 정기 방문해 미사를 집전하는 공소(公所)로 출발해 1979년 성당으로 승격했다. 올해로 180년을 맞는 구산성당은 공소역사로만 따지면 명동성당에서 처음 떨어져 나온 성당인 약현성당(1887년)보다도 51년이나 앞선다.

성당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당시 순교한 김성우 성인 생가 터에 지어졌다. 인근에는 김 성인의 묘가 안치된 구산성지도 있어 신자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수원교구 관계자는 “현재 건물은 1979년 건립됐지만 과거 양식으로 지어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내다보니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 ‘아내의 유혹’ 등과 영화 ‘비밀애’ 등이 이 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현재 개발택지 안에 포함된 구산성당과 구산성지 가운데 구산성지는 존치가 결정됐다. 구산성지가 보금자리사업 시행 전인 2001년 하남시 향토유적 4호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구산성당은 건물의 역사 자체가 180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지정에서 밀렸다.

하지만 보금자리 사업진행에 따라 구산성당이 철거위기에 놓이면서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하남시도 2009년부터 뒤늦게 구산성당을 향토유적으로 지정해 재개발에서 존치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보금자리사업을 위한 재개발택지로 지정된 후 향토유적으로 등록하려 한 탓에 최근 지정을 포기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도 구산성당 보존 요청이 많다”며 “문화재청을 통해 혹시 땅에 문화재가 묻혀있나 조사했지만 발견되지 않아 재개발 추진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LH 하남미사사업본부는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예외 없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본부 관계자는 “주변교회 9곳과 사찰 등은 이미 자진 철거해 종교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주교계와 입주예정자들은 구산성당 존치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수원교구 관계자는 “존치가 어렵다면 인근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복원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한 입주예정자들은 미사보금자리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우선 1차 미사강변도시 구산성당 철거반대 청원서를 지난주 LH 등에 제출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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