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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판박이… ‘동시 다발’로 ‘소프트 타깃’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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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판박이… ‘동시 다발’로 ‘소프트 타깃’ 노려

입력
2016.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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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탐린 지역에 있는 사리나 쇼핑몰 인근 경찰 초소에서 폭발물이 터져 최소 3명이 사망했고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인물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경찰들이 차량 뒤에 몸을 숨긴채 용의자를 주시하고 있다. 자카르타=AFP 연합뉴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탐린 지역에 있는 사리나 쇼핑몰 인근 경찰 초소에서 폭발물이 터져 최소 3명이 사망했고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인물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경찰들이 차량 뒤에 몸을 숨긴채 용의자를 주시하고 있다. 자카르타=AFP 연합뉴스

14일 발생한 자카르타 폭탄 테러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의 판박이나 다름 없었다. 테러범들이 자카르타 시내 여러 장소를 동시 다발로 공격했고 이른바 ‘소프트 타깃’이라는 민간인을 노렸다는 사실이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최근 터키 이스탄불 테러 또한 여행객을 무차별로 노린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이슬람국가(IS)의 '소프트타깃' 테러공포는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시다발로 소프트타깃 노린 게릴라전

7군데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파리 테러와 마찬가지로 테러범들은 이번에도 자카르타 시내 곳곳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첫 공격은 14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50분쯤 자카르타 내 상업지구 잘란 탐린에 있는 스카이라인 빌딩 내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시작됐다. 테러범들은 자살폭탄을 터뜨린 후 맞은 편 경찰 초소를 수류탄으로 공격했다. 첫 자살폭탄 공격 이후 권총으로 무장한 2명의 테러범들은 경찰 초소 앞에서 경찰관과 시민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남성 1명을 인질로 잡고 총격전을 벌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인파 속에 숨어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공범들의 자폭이 일어나 혼란스러워지자 경찰관과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눴다. 한 목격자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용의자가 폭탄을 스스로 터뜨렸다”고 말했고, 또 다른 목격자는 “검은 옷을 입은 3명이 소총을 들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테러범들은 마치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듯 자카르타 시내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최초 공격에 이어 약 10분 가량 잘란 탐린 지역 사리나 쇼핑몰과 경찰서 등을 타격한 것이다. 터키 대사관과 파키스탄 대사관 근처를 포함해 추가 폭발이 6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테러범들은 최소 3~4곳을 동시에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테러범들은 이번에도 스타벅스 카페와 백화점 등에서 철저히 ‘소프트 타깃’인 비무장 민간인들을 노렸다. 현지 언론 자카르타 글로브는 “스타벅스는 인도네시아 화이트 칼라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분주하게 찾기 때문에 타깃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파리 테러 때도 테러범들은 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바탕클랑 극장을 비롯해 축구장, 식당가 등 주로 민간인들이 많이 다니는 상업지구를 노렸다.

정부 기관이나 군사 시설 등 방어 능력을 갖춘 ‘하드 타깃’과 달리 소프트 타깃은 경비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저항 수준도 약하기 때문에 테러범 입장에서는 수월한 타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테러 주체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궁지에 몰린 테러 집단들이 소프트 타깃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전에 테러 가능성을 감지하고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발생한 테러여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20일 “이슬람 무장세력이 성탄절과 새해 명절을 기해 정부 건물 및 외국 기관 등에 대한 공격 음모를 세웠고 정부는 이를 저지했다”고 밝힌 뒤 공항 등 공공시설에 15만명의 군ㆍ경 병력을 투입한 상태였다.

IS, 테러 배후 자처

경찰 측은 당초 최대 14명이 테러에 관여했다고 말했으나 사건 발생 4시간여만인 오후 3시22분께 작전 종료를 선언하며 테러범 5명 중 2명은 자폭테러로 사망하고 3명은 사살했다고 밝혔다. 무장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 입장을 대변하는 통신사 아마크는 이날 테러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IS 전사들이 오늘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에서 외국인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경찰을 겨냥해 무장 공격을 수행했다”며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다만 인도네시아 경찰은 급진 이슬람 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JI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77)는 지난 2011년 아체주에 테러 훈련소를 설치한 혐의로 15년 형을 선고 받고 수감돼 있는데, 지난 12일 “내가 훈련소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종교 활동의 일환”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호주 시드니의 상징이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이날 폭탄 테러 위협이 접수되면서 주변 지역이 폐쇄되는 소동을 빚었다. 테러 위협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찰에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오페라 하우스와 인근 선착장을 폐쇄하는 한편, 90분간의 수색 작업을 벌인 뒤 테러 경보를 해제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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