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건국대 석좌교수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인 김종인(76)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문 대표는 선대위 안정과 야권 대통합 시점에서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키고 김종인 박사를 당 선대위원장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달 23일 조기 선대위 구성을 수용한 이후 김 전 위원을 수 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영입을 성사시켰다. 당초 호남출신 외부인사의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방침에 따라 '김종인-박영선' 체제가 추진됐으나 박 의원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김 전 의원에 대해 "오늘날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분"이라며 "우리 시대의 과제인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유능한 정당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경제 전문가인 김 전 의원은 1987년 헌법개정 당시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했으며, 지난 대선에선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끌어 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권 입문 때도 조언을 하는 등 ‘안철수의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박 대통령 집권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 불이행에 쓴소리를 하며 여권과 거리를 유지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밤 서울 구기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이런 식으로 쪼개져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지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야당을) 정상화 하는 데 기여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선대위원장 수락 이유를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박근혜 정부가 그 가치를 버렸다고 해서 시대정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김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 대응할 최적의 총선카드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문 대표는 또 향후 거취와 관련,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당 대표직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씀 드렸고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해 2선 후퇴를 재확인했다. 그는 다만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야권 대통합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그 실현을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김종인 카드’와 문 대표의 사퇴 예고가 당 내분 수습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단순한 얼굴마담용 영입이 아니라 본인 약속대로 총선의 실질적 권한을 김 전 의원에게 이양하고 자신은 당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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