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동안 한미 관계에서 ‘외교적 금기어’가 됐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한반도 전문가들이 외곽에서 분위기를 지핀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배치 검토’ 발언을 내놓자 급기야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북핵 4차 실험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한국, 일본과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미국은 B-52 폭격기를 출격시킨 데 이어 지역에 대한 더 큰 안전보장을 위해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직접적으로 관련된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미ㆍ일 3국 모두 MD 체계 강화가 논의된다면 그 핵심은 ‘사드’가 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한반도 ‘사드’배치 논의가 물밑에서 시작됐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 논의는 지난 5일 북핵 실험 이후 워싱턴에서 한미간 최대 이슈로 이미 부상했다. 유력 대선후보와 전직 국방장관, 한반도 전문가들이 연일 사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예측시장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확률 1위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 10일 “대통령이 되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공약했고, 빌 클린턴 2기 행정부 시절의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도 한 세미나에서 “미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한국과 일본도 도입을 고려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도 7일 “미국은 한국과 공조해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장은 “이제는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승낙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13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 중인 MD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 사드 도입을 미국에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가 관계자는 “북핵 4차 도발로 한미간 논의에 장애물로 작용해온 ‘중국 변수’의 의미가 힘을 잃게 됐다”며 “중국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주한 미군에 자위적 차원의 사드 배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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