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집값, 결혼 엄두 못 내는 베이징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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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집값, 결혼 엄두 못 내는 베이징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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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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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족(月光族)으로 살아도 돼, 난 여자니까”

베이징도 서울만큼이나 결혼하기 힘들다. 임금대비 집값은 베이징이 서울보다 비싸면 비쌌지 결코 싸지 않다. 게다가 신혼집과 결혼 비용 일체를 남성이 떠안는 중국 특유의 결혼 문화 때문에 남자들의 부담은 배가된다. 여기에 베이징에 사는 지방 출신 여성들은 호구문제 때문에 베이징 출신 남성만 찾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 배우자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남성에겐 감내하기 힘든 현실이다. (? 관련기사:‘남아선호 비극… 中 3,500만 노총각 분노 폭발 직전)

왕징에서 만난 왕페이(가명ㆍ31)는 자신을 ‘월광족(月光族ㆍ2000년대 중반부터 유행한 말로 한 달 월급을 저축하지 않고 다 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했다. 적지 않은 1만위안(180만원)의 월급을 한달 만에 다 써버린다. 왕페이는 “옷 사고, 화장품 사고, 맛있는 거 먹으면 남는 게 없다”며 “미혼 여성 대부분이 월광족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거침없이 월광족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결혼 자금은 남자의 몫”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 리위레이(26) 역시 “비상시를 위해 저축을 하긴 하지만 결혼할 때 여자는 돈을 적게 내기 때문에 결혼 자금으로 모은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 베이징 하이디엔구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 도곡동의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티엔페이(32)는 최근 4살 터울의 남동생 신혼집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 결혼을 준비 중인 동생이 여자친구 부모님으로부터 ‘베이징에 집이 없으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외곽에 80만위안(1억4,400만원)짜리 소형 아파트를 사면서 아버지가 50만위안, 티엔페이가 30만위안을 대출 받았다. 티엔페이는 “일단 신혼집을 장만하긴 했지만, 너무 외곽이라 여자 쪽 집에서 맘에 안 들어 할까 봐 걱정”이라며 “언젠가 내가 결혼할 때도 남자 쪽에서 집을 준비해 올 거라 생각해 큰 맘 먹고 대출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의 결혼, 직접 준비해 봤더니

평범한 남자가 혼자 힘으로 베이징에서 결혼하는 건 꿈 같은 얘기다. ‘중국 남자들은 결혼하려면 차와 집이 있어야 한다’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여자들의 기대치는 높은데, 결혼비용을 부담하기엔 수입이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결혼포기자와 같은‘훈부치(婚不起)’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유다.

중국 베이징 하이디엔구의 아파트 내부 모습. 방2개인 86㎡ 크기의 아파트 가격이 8억원에 육박한다. 김주영기자

결혼 준비의 첫 관문은 신혼집 마련이다. 중국의 한 결혼 정보사이트 조사에선 여성 응답자의 72%가 ‘집 없는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2000년대 후반 중국에선 ‘바이누(白奴ㆍ화이트컬러 노예)’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그 중 으뜸은 ‘집의 노예’라 할 수 있는 ‘팡누(房奴)’다. 2014년 베이징의 80㎡(24평) 평균 주택구입 비용은 288만위안(5억2,000만원)이고, 베이징대가 조사한 베이징 대졸자 평균 초봉이 3,109위안(56만원)이니 임금 상승률을 반영하더라도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중국 중산층의 결혼 비용은 얼마나 들까? 신혼집과 예식장 가격을 실제로 알아봤다. 바링허우(八零后ㆍ80년대 태어난 세대)의 부모들은 외동 자녀의 평생 한 번뿐인 결혼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눈높이를 높게 잡았다.

신혼집은 공원 등 녹지가 많고 주요 대학들이 밀집해 있으며, 중관춘(中?村)의 오피스 지역도 멀지 않아 비교적 좋은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는 하이디엔구로 정했다. 부동산 직원 왕하이타오는 먼저 베이징에 얼마나 살았는지 물었다. 지방 사람은 5년 이상, 외국인은 1년 이상 베이징에 거주해야 집을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문제 없다고 하자 본격적으로 매물을 보여줬다.

10㎡(3평) 안팎의 단칸방들도 월세가 3,000위안(54만원)을 넘나들었다. 그래도 신혼집인데 월셋방을 구할 순 없다고 하니 매매가 가능한 원룸과 아파트들을 보여줬다. 왕하이타오는 “이 동네는 3~4환에 위치해 있고, 교통과 교육 여건이 좋아 비싼 편”이라며 “대신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투자 목적이라면 추천한다”고 말했다. “작년에만 작은 집은 50만위안(9,000만원), 큰 집은 30~40만위안(5,400만~7,200만원)씩 올랐다”고 했다.

가격대는 건축년도와 위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비싼 곳은 1,000만위안(18억원)을 호가했다.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도 울고 갈 가격대다. 이 부동산에 나와 있는 하이디엔구 매물의 ㎡당 평균 가격은 5만2,082위안(940만원). 지난해 7월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당 평균 매매가는 613만1,000원, 가장 비싼 강남구는 1,122만원7,000원이었다. 하이디엔구는 서초구와 용산구 사이쯤 되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빈집을 보러 갔다. 왕하이타오는 “이 곳엔 농업은행 직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며 “주민들의 수준이 높은 동네”라고 했다. 86㎡(26평)인 이 아파트의 가격은 440만위안(7억9,000만원). 아무리 뜯어봐도 서울의 아파트보다 훨씬 후줄근한데 가격은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와 맞먹었다. 왕하이타오는 “신혼 부부들은 방 2개에 60~70㎡(18~24평)대 아파트들을 선호하는데, 대부분 400만위안(7억2,000만원)부터 시작”이라며 “가격이 부담되면 59㎡에 350만위안(6억3,000만원)짜리 원룸형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도심의 웨딩 단지에 있는 한 드레스 대여점. 김주영기자

신혼집 다음은 결혼식이다. 온라인 결혼 컨설팅 업체인 핀라웨딩넷(品??婚?)의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3%는 ‘내 결혼식은 반드시 친구 결혼식보다 화려해야 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호화 결혼식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따라서 하이디엔구의 고급 호텔로 물색, 엠파크 그랜드 호텔(世?金源大酒店)을 선정했다. 이 곳은 따로 대관료는 없으며 하객 식대를 합산해 가격을 정한다. 한 상에 10명 기준으로 최저가는 4,888위안(88만원)이지만, 일반적으로 5,280위안(95만원)짜리를 선호한다고 했다. 하객을 400명 기준으로 5,280위안짜리 식사를 선택하면 결혼식 비용은 21만1,200위안(3,800만원)이 든다.

‘중국백성혼례류정’에 따르면 중국의 중산층 이상 결혼 소요 비용은 약혼(33만위안), 혼수(10만위안), 예물(13만위안), 웨딩사진(2만위안) 등 총 100만위안 가량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신혼집 400만위안, 결혼식 21만위안, 신혼여행 2만위안을 합산하니, 베이징에서 결혼하려면 523만위안(9억4,370만원)이 드는 셈이다.

베이징=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사진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이 기사는 한국일보 특별기획 ‘한중일 청년 리포트’의 일부입니다. ▦취업&창업 ▦주거 ▦결혼 ▦관계 등 총 네 가지 주제에 따라 각각 한국, 중국, 일본 청년들의 사례를 다루어 총 12편의 기사가 연재됩니다. 한국일보닷컴에서 전체 기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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