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13일 태국 정부사이트 수백 곳을 동시에 공격했다. 영국인 여행객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미얀마 출신 불법체류자에 대한 태국 법원의 사형선고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이날 저녁 현지언론들은 일제히 태국 민사법원과 경찰 등 200여개 정부 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선 해킹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 어나니머스는 ‘우리는 어나니머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리가 모든 태국 법원 사이트를 공격했다”며 “이는 코 타오 살해 판결에 대한 항의의 의미”라고 밝혔다. 어나니머스는 자신들이 해킹했다는 200여개 사이트의 목록을 공개하고 특유의 ‘가이 포크스’ 가면 그림과 함께 “법은 실패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어나니머스는 관광객의 태국 보이콧 운동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6일에도 경찰청의 인터넷사이트 10여 곳이 무더기로 해킹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태국 법원은 남부 휴양지 코타오에서 영국인 배낭여행객 2명을 살해한 혐의로 미얀마에서 불법입국한 노동자 2명에 대해 지난달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태국이 자국 관광산업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결 이후 미얀마에서는 수천명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말레이시아ㆍ스리랑카ㆍ호주 주재 태국대사관 앞에서도 미얀마인들이 시위를 열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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