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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극복 위한 영장류 연구 신기원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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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극복 위한 영장류 연구 신기원 열겠다

입력
2016.0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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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화 오송 실험동물센터장이 13일 실험동물 체내에 분포한 항체물질이나 약물을 확인해주는 PET-CT, SPECT-CT 등 최첨단영상장비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 센터장은 “세계적 수준의 동물실험 인프라를 갖췄으니 신약을 개발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많이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병화 오송 실험동물센터장이 13일 실험동물 체내에 분포한 항체물질이나 약물을 확인해주는 PET-CT, SPECT-CT 등 최첨단영상장비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 센터장은 “세계적 수준의 동물실험 인프라를 갖췄으니 신약을 개발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많이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병화(56)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실험동물센터장은 병신(丙申)년 원숭이 해를 맞는 소회가 남다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험동물학계 권위자다. 그 중에서도 영장류 연구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국가영장류센터를 출범시키고, 국내 실험동물시설 표준안을 만든 주인공이다.

국제실험동물협회(ICLAS)부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분야에서 영장류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을 활용해야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요즘의 신약들은 대개 영장류 실험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미국 연구팀은 최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예방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원숭이 실험을 거쳐 희세의 신약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실험동물 분야에서 영장류의 가치가 커지고 있지만, 연구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연구용 원숭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 개체수가 줄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동물보호단체들이 항공사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원숭이를 이송하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실험용 원숭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일찍부터 간파한 현 센터장은 ‘선택과 집중’전략을 썼다. 작은 영장류인 마모셋원숭이를 직접 번식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람쥐 만한 마모셋은 출산을 1년에 4,5차례 할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나다. 더욱이 몸집이 작은데다 감수성이 예민해 미량의 신약 물질로도 정밀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마모셋의 장점을 세계 의약계도 주목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마모셋이 바이오의약 연구 분야의 수퍼모델로 떠오를 것이라 예측했다.

현 센터장은 2013년 마모셋원숭이 30마리를 해외서 들여와 번식에 본격 나서고 있다. 최첨단 청정시설에서 마모셋은 2년 만에 116마리로 늘어났다. 현재 국내에서 실험 가능한 마모셋을 보유한 곳은 오송 실험동물센터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마모셋은 미국 일본 독일 등 3개국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여전히 동물실험용으로 마카카원숭이를 쓰고 있다.

현 센터장에겐 원숭이와 관련한 아픈 기억이 있다. 자신이 만든 국가영장류센터에서 연구에 몰두하던 2005년 4월, 갑작스런 정전 사고로 애지중지하던 원숭이 99마리를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묵묵히 영장류 연구를 이어갔다. “사고를 당했을 땐 앞이 캄캄했죠. 하지만 넋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었어요. 국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누군가는 영장류 육성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센터장을 맡은 뒤 오송 실험동물센터는 마모셋 번식과 연구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개체수만 늘리려는 건 아니다.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않은 ‘고품질 원숭이’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 수준의 첨단시설을 갖추고 청정한 환경에서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항온ㆍ항습 시설은 기본이고, 전염시설엔 음압 장치까지 갖췄다. 동물들은 역삼투압으로 멸균된 물만 먹는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 장난감을 주고 간식도 챙기는 등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현 센터장은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맞추려면 반도체 공장보다 더 철저하고 완벽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귀띔했다

오송 실험동물센터는 최근 도약의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11월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로부터 실험동물 인프라 전 부문에서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로써 오송 실험동물센터는 최고 수준의 동물실험 환경과 첨단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기관으로, 믿을 수 있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관으로 공인됐다. 또한 실험동물을 정당하고 윤리적으로 관리ㆍ활용하는 기관으로도 국제 인증을 받았다.

현 센터장은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동물전용 첨단영상장비를 갖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아시아권 최고의 바이오신약ㆍ의료기기 개발 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센터에서 필요한 원숭이를 자체 공급하는 것을 넘어 영장류 실험을 원하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원숭이를 공급하는 단계까지 가겠다”며 “나아가 유전자변형 마모셋 같은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바이오 실험동물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펼쳤다.

글ㆍ사진 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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