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유독 대한항공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대한항공과 앞선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다. 특히 3라운드(1-3패)를 제외하면 모두 0-3 완패를 당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랬던 현대캐피탈이 12일 대한항공을 풀세트 접전 끝에 꺾고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깼다. 이날도 현대캐피탈은 첫 세트를 큰 점수 차로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마지막 세트를 극적으로 따냈다. 비결은 ‘즐기기’다.
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웃고 즐겨라. 오늘 진다고 시즌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지난 시즌까지 현역으로 코트를 누볐던 그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조언이 통한 것 일까. 현대캐피탈은 천적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세터 노재욱(24)은 오레올 까메호(30ㆍ쿠바)와 문성민(30)을 입맛대로 활용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노재욱은 “감독님이 ‘대한항공에 모두 졌지만 많은 세트 중 한 세트다. 져봤자 한 번이고, 우리도 몇 번만 이기면 된다’고 말해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많이 웃으라고 해서 선수들도 웃고 즐겼다”며 “덕분에 경기가 잘 풀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도 “경기 전부터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선수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한 덕분에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즐기기’만이 승리의 비결은 아니다. 이날 최 감독은 목적타 서브에 승부수를 뒀다. 그는 경기 전 선수들에게 ‘서브 코스 하나만 집중적으로 공략하자’고 했다. 최 감독이 지시한 위치는 1, 2번 포지션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5세트 14-12에서 최 감독이 지시한 바로 그 자리에 오레올이 서브 에이스를 밀어 넣으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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