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상여금,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 지급한적 없어”
법원이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임금의 신의성실(신의칙)을 배제한 원심을 뒤집은 것이다.
부산고법 제1민사부(부장 손지호)는 13일 현대중공업 노조원 10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며 “통상임금 소급 적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신의칙’이란 노사가 암묵적 동의 하에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합의하고도 근로자가 추가 임금을 청구했을 때 적용된다. 이 경우 기업 경영상 중대한 차질을 빚는다면 근로자의 임금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날 재판부는 “사측에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정기상여금은 지급일 이전에 퇴사해도 일할 계산해 지급된 점을 고려하면 통상임금이다”며 “반면 명절상여금은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 한번도 지급되지 않았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도 없었던 만큼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대법원 판례는 상여금이 정기성(정기적 지급), 일률성(모든 근로자에게 지급), 고정성(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 지급될 것이 확정돼 있음)을 갖춘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상여금 700%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만, 설ㆍ추석 명절상여금 100%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들의 정기상여금의 소급 적용 요구도 기각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의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3년치(2009년 12월~2012년 11월) 소급분은 수 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2월 울산지법 제4민사부(부장 이승엽)는 현대중공업 노조원 10명이 정기상여금과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측이 제시한 신의칙을 배제하고 정기ㆍ명절 상여금의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날 항소심 판결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회사가 하루빨리 정상화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원 10명은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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