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을 앓던 30대 남성이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3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후 10시35분쯤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던 조모(32)씨가 7층 병실에서 뛰어내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간병 중이던 조씨의 어머니(53)가 잠시 외출한 사이 조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혼자 몸을 가누기도 힘든 그가 병실을 비워 간호사와 함께 조씨를 찾던 어머니는 병원 재활용품을 두는 곳에서 그를 발견했다.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조씨는 10여년 전 갑자기 쓰러져 실려간 병원에서 희소 질환의 하나인 마르판 증후군 진단을 받고 세 차례 수술을 치렀다. 희소질환인 마르판 증후군은 손ㆍ발가락 등이 이상 발육하거나 눈의 수정체가 과도하게 튀어나오고 심장에도 이상이 나타나는 유전성 질병으로 일종의 거인병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조씨는 수술을 받은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2014년 9월 다시 쓰러져 하반신이 마비돼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매달 68만원을 지급 받아 생활했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아 힘겹게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된 생활고에 상태가 악화돼 지난해 10월 입원한 조씨가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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