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노동개혁 법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
가계 부채, 美금리, 中리스크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해법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절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엄중한 진단에 비해 박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빈약했다. 국회에 묶여있는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것 외에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비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안보와 더불어 경제를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으로 꼽으며 “지금 우리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 위기의 해법으로 대국민 담화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이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안 등 국회를 향한 법안 통과 촉구였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일하고 싶어하는 국민을 위해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4법을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관광진흥법, 의료해외진출법, 크라우드펀딩법 등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들의 경제적 효과와 일자리 창출 예상치들을 일일이 구체적 수치까지 언급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법안들이 통과가 되지 않아 생기는 손실이 얼마나 막대한지 국민들에게 각인을 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의 대응이 더 늦어지면 우리 경제는 성장 모멘텀을 영영 잃어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다.
법안 처리 촉구 외에는 기존 정책과 다른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임대주택 확대의 ‘투 트랙’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는 한편으론 임대주택을 확대해 서민 주거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과거에는 소유 위주였던 부동산 인식이 이제는 거주 위주로 바뀌었다”고 전제하며 “이런 상황에 맞춰 양질의 민간 임대주택을 늘리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비 확대 방안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해서 상당한 효과를 봤고 올해도 정례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내놓았다.
전체적인 평가는 썩 좋지 않다. 임기의 반환점을 넘긴 상황에서 새롭게 추진할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기존에 내놓은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보다 확실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지만, 그러기엔 박 대통령 스스로 밝히고 있듯 지금의 경제 환경이 너무 긴박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적인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가계 부채 문제와 청년일자리 문제 등 시급한 경제 현안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회견 내내 강조했던 구조개혁 역시 국회에 대한 법안 통과 촉구 외에는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없었다는 평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나 당장 닥쳐 올 수 있는 소비 절벽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는데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이나 노동개혁법이 통과되면 우리 경제의 이 같은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데, 한 해의 경제 정책의 청사진이 제시돼야 할 신년 기자회견 자리로서는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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