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한 백화점의 의류매장 직원 A씨는 본사 ‘박 과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본사 물류과장인데, 택배를 잘못 보냈으니 택배비와 물품대금을 먼저 지불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어 택배 기사가 왔고,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현금 54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본사는 며칠이 지나도록 물품대금을 주기는커녕 택배 상자조차 찾아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자를 뜯어봤더니 안에는 5,000원짜리 옷 한 벌만 달랑 들어있었다. 본사 박 과장도 허구의 인물이었다.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노려 순간적으로 현금이나 물품을 가로채는 날치기 사기 수법에 당한 것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전국 백화점, 마트, 미용실 등을 돌며 이 같은 수법으로 12명으로부터 516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남모(39)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남씨는 본사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건 뒤 곧바로 택배 기사를 가장하는 1인 2역을 했다. 수법이 교묘해 한 매장이 두 번이나 속아 50여만원을 뜯긴 사례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의류업체를 운영하다 실패한 남씨는 과거 물품 배달이 왔을 때 별다른 의심 없이 배송비를 지급했던 경험에 착안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음식을 주문한 뒤 아파트 입구에서 배달원을 먼저 만나 거스름돈을 챙기는 수법으로 10명에게 81만원을 받아 챙긴 안모(53)씨도 구속했다. 안씨는 배달원에게 “아이들에게 10만원 수표를 맡겼으니 집에 올라가 받아라”고 속여 돈을 받아 챙겼다. 안씨 역시 과거 김밥집을 운영하며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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