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협상 과정, 그리고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떨어진 기대치와 부정적 시선을 잠재운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오승환(34)이 12일(한국시간) 미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공식 입단 계약을 마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과 블리처리포트 등 미국 언론은 세인트루이스 구단과 오승환이 이날 기자 회견을 열어 계약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조건은 ‘1+1년’에 최대 1,100만 달러(약 132억5,000만원)이다. 첫해 연봉과 인센티브는 총 500만 달러(약 60억원) 수준이고, 2년째인 2017년 세인트루이스가 오승환에게 잔류 요청을 하면 600만 달러 수준의 연봉 및 인센티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인트루이스 불펜 투수 중에서도 최고 대우다. 주전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26)의 지난해 연봉은 53만5,000달러(약 6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케빈 시그리스트(26)와 세스 메네스(27) 등도 정상급 불펜 투수이지만 아직 연봉조정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젊은 선수들이라 대부분 연봉 50만 달러 안팎이다.
오승환과 비교할 만한 대상은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뛰고 2014년 겨울 2년 계약한 조나단 브록스턴(32)인데 올 시즌 연봉이 375만 달러(약 45억3,000만원)로 오승환에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와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7의 빼어난 피칭을 한 조던 왈든(29)은 367만5,000달러(약 44억5,000만원)다.
당초 오승환이 원했던 ‘일본에서 받았던 수준’도 웃돈다. 오승환은 2013년 말 한신과 2년 계약하며 계약금 2억엔(약 20억6,000만원), 연봉 3억엔(약 30억9,000만원), 인센티브 연간 5,000만엔(약 5억1,000만원) 등 총액 9억엔(약 92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오승환의 에이전시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은 이날 “2년째 구단이 옵션(잔류 요청)을 행사하면 2년 최대 1,1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라며 “구단과 협의해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대우는 불펜의 비중을 높게 두는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향과 관련이 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구원투수진 평균자책점 2.82로 내셔널리그 3위에 팀 세이브 1위(62개)에 오른 팀이라 누구보다 불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 영입은 ‘옥상옥’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불펜의 중요성을 아는 그들 입장에서는 다다익선인 셈이다.
아울러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국내에선 오승환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졌던 것도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은 이날 홈 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승환 입단 기자회견에서 원정 도박에 관한 질문에 “그것은 말 그대로 단순히 카드 게임에서 돈을 건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물론 선수 노조와도 의견을 나눴고,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우리로서는 이번 계약을 추구하지 않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등번호 26번과 ‘OH’라는 자신의 영문 성(姓)이 박힌 유니폼을 받은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진출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은 꿈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선을 다했다. 새로운 환경,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도전한다는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카디널스는 월드시리즈를 11번이나 우승한 명문 구단이며 작년 총 관중 수도 메이저리그팀들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350만 명을 기록했다고 들었다”면서 “도착해 살펴보니 뜨거운 야구 열기가 느껴지며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돌 직구’ 하나로 한국과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오승환은 “미국에서는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강점은 포심 패스트볼(직구)”이라면서 “야구는 어디에서 하든 똑같다”고 자신의 공에 믿음을 드러냈다. 오승환은 13일 일시 귀국한 뒤 신변을 정리하고 2월 팀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주 주피터로 떠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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