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따르면 노아는 방주에 ‘모든 것들 가운데 암수 한 쌍씩’을 태웠다. 그러나 노아의 방주를 표현한 서양 역사의 그림에선 식물을 찾아볼 수 없다. 흔히 식물은 움직임 없고, 반죽음의 상태로 인식되고 힘이 약한 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반면 EBS 다큐프라임 ‘녹색동물’은 식물을 생존 욕구에 충실한 역동적 존재로 담아낸다. 나무 두더지의 배설물로 영양을 얻고자 완벽 맞춤형 변기로 변한 네펜데스 로위(Nepenthes lowii), 수벌을 꾀어내기 위해 페로몬을 내뿜는 암벌 가면을 쓴 해머오키드(Drakaea glyptodon), 해풍이 최고에 달했을 때 100분의 1초의 속도로 씨앗을 날리는 모감주나무(Koelreuteria paniculata) 등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이름도 새로운 ‘녹색동물’을 만나볼 수 있다.
“‘녹색동물’에서 동물은 조연이다. 기존 다큐멘터리가 포유류, 조류, 곤충에 대해 다뤘다면 이제 우리는 식물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손승우 PD는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식물은 느리다. 그러나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번식을 위한 움직임은 그 폭발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기에 우리가 그간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제작 기간만 총 2년, 호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13곳의 로케이션을 돌아 지구 방방곡곡 식물의 신비로움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EBS 다큐프라임은 1부 ‘짝짓기’ 2부 ‘번식’ 3부 ‘굶주림’, 총 3부작의 순환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식물의 일대기를 조망한다. 1부 ‘짝짓기’는 식물들의 다양한 ‘성욕’해결 방식을 담는다. 2부 ‘번식’에서는 지구 상 어떤 생물보다 자손번식의 욕구가 강한 식물의 모습을 드러낸다. 3부는 척박한 육지에서 기발한 생존전략으로 생존하는 식물의 굶주림에 대해 다룬다. 4K UHD 화질로 그 생생한 경관을 담아낸 오대양 육대주, 24개월간의 식물 일대기는 뮤지컬배우 정성화의 해설로 18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소담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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