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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진 모바일 앱에 경찰 마약수사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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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진 모바일 앱에 경찰 마약수사 속수무책

입력
2016.01.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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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커 등 보안 강화한 메신저

대화 기록 안 남아 거래 온상으로

구매자 잡아도 판매자 추적 어려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로도 유통

인터넷 이용 마약사범 2년간 2배로

“지역은 어디, 얼마나 사실 건지?”

11일 오후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wickr(위커)’를 통해 마약 판매자 A씨에게 인사를 건네자마자 거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A씨의 아이디는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와 앱 이름으로 검색하자 단박에 찾을 수 있었다. 대화는 은밀하고 신속했다. 앱에는 메시지 저장시간을 지정하는 기능이 있어 A씨의 글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20분뿐이었다. 구매 의사를 밝히자 A씨는 “내일이라도 구입이 가능하다. 계좌 입금한 뒤 서울 선릉역 근처로 오면 위치를 알려줄 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직거래를 할 수 있냐는 요구에는 “이게 제일 안전하다. 구체적 위치는 입금 전까지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루 만에 마약을 손에 쥘 수 있는 거래가 거의 성사되기까지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모바일 메신저 앱과 온라인을 통한 마약 구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메신저 앱은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데다 최근엔 대화기록 삭제 기능을 추가하는 등 보안을 한층 강화하고 있어 마약 거래의 주요 통로로 활용되지만 이를 차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마약 판매업자들은 주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온라인 게시판을 타깃으로 삼는다. 먼저 해당 게시판에 무작위로 제품을 소개하며 텔레그램, 위커 등 메신저 아이디를 남겨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후 구매자가 연락해 오면 채팅이 시작되고 거래가 이뤄질 경우 계좌로 돈을 받은 뒤 공중화장실의 세면대 아래나 지하철역 기둥 한 켠 등 은밀한 장소에 마약을 놓거나 우편을 통해 전달하는 식이다. 일선서 마약수사팀 관계자는 12일 “모바일 앱은 실시간 감시가 어려울뿐더러 홍보성 글을 올릴 때 사용하는 인터넷 서버도 해외 기반인 경우가 많아 발견해도 추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같은 인기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마약류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구독자만 600명이 넘는 한 유튜브 채널은 동영상에 전자담배용 대마액상의 가격과 구매처, 집에서 대마를 기르는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대마 재배기를 공유하거나 이메일로 문의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실제 2014년 3월엔 한 40대 남성이 캐나다에서 대마 씨앗을 밀수한 뒤 3,000명 분량의 대마를 재배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 역시 동영상에 나오는 재배법을 따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을 활용해 마약을 판매하거나 구매한 마약사범의 수는 2013년 459명에서 지난해 968명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경찰은 진화한 마약 유통 방식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5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모바일 앱으로 필로폰을 구매한 20대 남성을 구속했으나 판매자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피의자를 특정하기조차 어려운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는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중국 휴대폰으로 구매자와 통화하는 등 추적 단서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며 “대면 거래를 철저히 피하기 때문에 함정 수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판매업자들은 경찰 수사를 의식해 “마약 경험이 실제 있느냐”며 관련 질문을 던진 뒤 바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기도 한다. 결제방식 역시 대포통장이나 비트코인 등을 선호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구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ㆍ공간의 제약 없이 진행되는 온라인 마약 거래는 경찰 수사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게시판 관리자들이 수시로 올라오는 마약판매 글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즉시 신고하는 등 경찰과 협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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