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칙칙한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 좋겠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자가 주택이 아닐 경우엔 더욱 부담스럽다. 이럴 땐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 스타일대로 집안 곳곳을 꾸미면 집에 대한 애착도 커질 것이다. 비용 절감은 덤이다. 유명 셀프 인테리어 블로거 김반장(실명 김동현)에게 그 노하우를 들어봤다.
이케아 찾기 전 공간 정리부터
인테리어 하면 소품부터 떠올리기 십상이다. 최근 유행하는 북유럽풍으로 꾸미자니 소파부터 테이블, 거실장, 식탁, 선반도 모두 바꿔야 할 것 같다. 무작정 이케아(IKEA)를 찾아 쇼룸에 전시된 물품을 그대로 갖다 놓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쇼룸과 내 집은 다르다. 꽃무늬 벽지에 아무리 북유럽풍 가구를 갖다 놓아도 촌스러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김반장은 인테리어 시작 전, 집안 정리부터 다시 하라고 조언한다. 집이 인테리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간확보와 동시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콘셉트를 구체화하자는 것이다.
페인트 칠만 해도 북유럽풍 변신 가능
자연미를 살리는 북유럽풍으로 집 단장 방향을 정했다고 하자. 제일 먼저 밑바탕이 되는 벽 색부터 바꿔야 한다. 흰색이나 밝은 회색톤을 택하는 게 좋다. 밝고 심플한 벽에 자연미 나는 소품을 가미하는 게 북유럽풍 인테리어의 기본이다.
도배보다는 기존 벽지 위에 수성 페인트를 칠하는 게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문은 집이 좁아 보인다고 해서 흰색만 고집할 게 아니라 원하는 스타일대로 포인트를 줘도 된다. 낡고 오래돼 칠이 벗겨지고 녹이 드러나기 시작한 현관문이라면 무게감을 줄 수 있도록 진한 칠판색으로 칠해보는 것도 괜찮다.
페인트를 칠할 때 주의점은 색상번호를 기억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추후 같은 색으로 보수할 수 있다. 또 못 자국이나 흠집 난 곳은 밀가루 반죽 같은 메꿈재인 우드필러 등으로 먼저 발라 준 다음 칠 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페인트가 묻지 말아야 할 스위치 등에는 커버링 테이프를 두른 후 작업해야 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몰딩이다. 김반장은 “몰딩은 벽과 천정의 경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 집안 분위기를 좌우한다”며 “많은 집에서 쓴 체리색 몰딩은 집을 어둡고, 무겁게 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흰색 몰딩을 추천했다.
소품으로 포인트를
칠을 마쳤다면 이젠 실내 인상 바꾸기다. 우선 오래된 창과 창틀이 있다면 블라인드를 활용하자. 김반장은 “창을 정리해주는 효과에, 빛을 은은하게 투과해줘 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다”며 “교체비용도 저렴해 일석이조의 소품”이라고 설명했다.
바닥은 모두 갈아엎기 힘든 만큼, 러그(바닥에 까는 직물제품)를 적극 활용해보자. 원하는 스타일의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오래된 소파에 쿠션커버만 바꿔줘도 분위기를 한층 살릴 수 있다.
조명도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다. 칙칙한 기존 형광등을 없애고 천장에 레일을 부착한 후 LED 전구 등을 연이어 끼워 넣으면 카페를 집에 들인 느낌을 줄 수 있다. 김반장은 “인터넷 쇼핑몰에 다양한 조명이 판매되고 있는데다, 교체방법도 잘 설명돼 있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고 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가벽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오래된 중소형 평형 아파트에선 현관문을 열면 우측 또는 좌측에 신발장 그리고 반대편에 거실이 바로 노출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내 집이라면 돈을 들여 중문을 달겠지만, 전셋집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가벽이다. 현관과 거실을 분리해줄 수 있도록 현관 신발장 반대편에 벽을 세우는 것이다.
제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원하는 크기로 설계한 다음 인터넷쇼핑몰에 목재 등 재료를 주문만하면 재단까지 해 집에 배달된다. 요령은 목재로 가벽 틀을 세우고?톱밥과 접착제를 섞어 가공한 중밀도판(MDF)을 틀에 맞게 끼운 후 ‘ㄱ’자 꺽쇠로 벽에 붙이면 된다. 부엌에 노출된 냉장고를 가리고 부엌과 거실 경계를 두고자 할 때도 가벽을 활용하면 좋다. 김반장은 “오늘은 뭘 단장해볼까라는 관심을 갖고 살면서 조금씩 바꿔 가는 게 셀프 인테리어”라며 “다만 전셋집에서는 가벽처럼 이사 시 가져갈 수 있는 소품과 그렇지 않은 소품을 가린 후, 투자와 작업을 집중하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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