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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직장맘 롤모델’과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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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직장맘 롤모델’과 손잡았다.

입력
2016.01.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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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삼성전자 前상무 깜짝 영입

삼성그룹 첫 고졸 女임원으로 유명

“노력에 정당한 대가 받는 사회로”

삼성그룹의 첫 고졸 여성 임원을 지낸 양향자(49) 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상무가 1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대기업 임원의 정당 가입이 이례적인데다 그가 여러 지점에서 대기업과 각을 세워 온 야당을 선택, 정치권은 물론 재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양 전 상무는 이날 국회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가 ‘직장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독해지거나 하나를 포기하라’는 것 말고는 없었다”며 “출산이 출세를 막고,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꿀 책임이 정치에 있다”고 정치입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없는 길을 만들며 무수히 눈물을 삼켰던 주인공이 제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며 “여성 개인이 짊어진 짐을 모두가 함께 나누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책임은 결국 정치에 있고, 그 길을 찾고 싶다”고 했다.

삼성그룹 최초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12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입당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삼성그룹 최초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12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입당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전남 화순 출신인 양 전 상무는 연구 보조 요원으로 시작해 국내 최고의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우뚝 섰다. 1990년 삼성전자의 사내 기술대학에 들어가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고, 한국디지털대,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 등 공부를 이어갔다. 2013년 12월에는 동기 부장들보다 1년 먼저 상무로 승진했다.

두 자녀를 둔 양 전 상무는 주변에는 ‘억척 엄마’로 소문 나 있다. 학기 초에는 두 자녀를 데리고 학교 주변 식당, 학원, 서점을 찾아가 ‘이 아이가 오면 먹을 거나 필요한 책을 주시고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라는 인사를 해두고, 퇴근길에 들러 계산을 하면서 아이들 상태를 살폈다. 양 전 상무는 “운동회 때는 점심시간 중에 열리는 엄마 달리기에 나가 정장을 입고 맨발로 악착같이 뛰어 아이들 마음을 달래주려 했다”고 말했다.

양 전 상무는 “움츠리고 있는 청년들이 용기 있게 내딛는 그 길에 디딤돌이 되겠다”고말할 때는 어려웠던 지난 세월이 떠오른 듯 잠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학벌의 유리천정, 여성의 유리천정, 출신의 유리천정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지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출신이 어디든, 학벌이 어떠하든 오늘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 전 상무는 최근 남편과 함께 문재인 대표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눈 뒤 입당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은 그가 야당을 선택한 것에 상당히 매우 놀라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능력 있는 분이 갑자기 그만 두게 돼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는 “양 전 상무는 학벌, 지역, 성별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차별을 혁신하는 아이콘이며, 모든 월급쟁이, 고졸자, 직장맘들의 롤모델이 될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둔 인재 영입 경쟁에서 더민주가 새누리당, 국민의당과 비교해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앞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시작으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오기형 변호사, 김빈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양 전 상무는 지역구 출마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춘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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