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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핵 중국의 전략적 입장과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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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핵 중국의 전략적 입장과 오산

입력
2016.01.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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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지난 6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중 외교장관 사이의 통화는 중국 측의 사정으로 연기되다가 이틀이 지난 8일 저녁에야 성사됐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통화의 내용은 한국 입장에서는 꽤나 실망스러웠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는 단호한 반대 자세를 취하면서도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 체제를 흔들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와 압박에는 반대했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 실험을 세 번 하거나 네 번 하거나, 핵폭탄을 보유하거나 수소폭탄을 보유하거나 위협의 강도에 큰 차이가 없다. 한국 일각에서 중국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북핵이 이제는 중국에도 직접적 위협이 되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3차 핵실험 때도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 이해할 수는 있어

네 차례의 북한 핵실험을 목격해 오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신과 불만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결국 북한을 감싸 안은 것은 근본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날로 뚜렷한 미중 양국의 전략적 경쟁구도 때문이다. 미중의 경쟁이 커질수록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져왔다. 북한은 동북아에서의 대미(對美) 전략적 완충지이자,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담보하는 대한(對韓) 외교의 지렛대이기도 하다. 즉, 중국에게는 남북이 균형을 이뤄 공존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당연히 중국은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부를 수 있는 금융ㆍ에너지ㆍ무역 등의 분야에서 강한 제재가 이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중국의 이런 전략적 계산에 한국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국익을 보호, 확대하기 위해 친구와 적이 바뀌는 것은 냉엄한 국제사회의 역사적 현실이다.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스스로의 입장을 정리해야 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를 노력해야 한다. 하나는 중국의 전략적 오판을 일깨워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북 제재 강화에 필요한 선택의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지역적이고 단기적인 전략적 이익에 매몰되어 글로벌 수준에서의장기적 이익을 놓치는 전략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9ㆍ2 한중 정상회담, 9ㆍ25 미중 정상회담, 11ㆍ1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고조와 UN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에 단호한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또한 UN안보리 결의 2087호와 2094호에는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자동적으로 제재를 강화한다는 ‘트리거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동의한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제재 강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마땅하다.

장기 전략적 손실이 클 것임을 깨달아야

중국이 국제사회와는 동떨어진 독자적 관련 조항 해석으로 3차 핵실험 때와 같이 사실상 제재에 불참할 경우 북한을 보호할 수 있을지언정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지도국으로서의 신뢰와 위상은 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리더십의 손상은 금융질서, 무역질서, 그리고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질서 논쟁에 이어 향후 미국과 벌일 다양하고 치열한 국제 질서와 규범 경쟁에서 커다란 전략적 손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전략적 손익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의 여론은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THAAD) 배치를 포함한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MD) 체계 참여로 기울게 마련이다. 중국 견제를 겨냥해 한국의 동참을 재촉해온 미국과 일본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한국 독자 핵개발은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일본처럼 ‘핵무기 보유 잠재력’을 늘릴 수는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북핵 문제에 특화한 한미중 전략대화를 이끌어 중국의 단계적 대북 제재 강화를 끌어내야 한다. 중국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재 강화에 뒤따를 여러 상황을 미중이 직접 논의하고 한국이 조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국을 신뢰하고 대 한반도 전략의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 지난해 전승절 행사에서 미국의 동맹국들 가운데 오직 한국 지도자만이 망루에 올랐음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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