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복장을 한 수백명의 춤꾼들이 줄 지어 삼바를 추는 브라질의 카니발 풍경을 올해는 자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브라질 전역이 극심한 불황으로 곳곳에서 잇따라 카니발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다수의 브라질 지역 당국들은 올해 예산 부족으로 카니발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300만 인구가 거주하는 캄피나스시 당국자는 “130만헤알(약 3억9,000만원)에 달하는 카니발 비용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며 “올해 거둬들인 세수가 심각하게 모자란 상황이라 필수적이지 않은 서비스들을 먼저 없앨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0여년간 매년 카니발을 열어 온 포르투 페헤이라시는 신형 구급차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12만헤알(3,600만원)을 확보하기 위해 카니발을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 한 해에만 관광객 100만명을 모은 리우데자네이루시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리우 카니발’의 취소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일단 시 측은 내달 초로 예정된 리우 카니발의 리허설을 10일 시작했으나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아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브라질은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7%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카니발이 잇따라 취소되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축제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한 업체의 사장은 “마스크 판매량이 거의 3분의 1로 줄었다”며 “1994년 스페인에서 브라질로 옮겨 온 이후로 경제 상황이 이 만큼 안 좋은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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