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서리꽃 피는 얼음왕국
겨울은 역시 추워야 제맛이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한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상고대다. 상고대는 순수한 우리말로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차가운 온도에서 냉각돼 서리형태로 나무나 갈대에 눈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말한다. 나무나 안개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로 수빙(樹氷) 또는 무빙(霧氷)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강원 춘천시 소양강에서 보는 상고대는 차갑도록 시린 얼음 꽃이 하얀 물안개 속에서 피어나와 몽환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영하 15도 이하의 날씨에서만 볼 수 있지만, 순백색의 황홀한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혹독한 추위와 고통을 각오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18년 만에 찾아온 강력한 슈퍼 엘니뇨 탓에 지구촌이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름난 겨울축제들이 시작도 못해보고 취소되거나 파행을 맞았었는데 이번 주는 매서운 한파가 찾아와 진짜 겨울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추위가 사라지기 전, 얼음왕국에서 피어나는 겨울 비경 소양강 상고대를 눈과 마음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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