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가 발롱도르(Ballon d'Or)를 받는 모습을 객석에서 지켜봤다. 다시 수상하게 돼 기쁘다.”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거머쥔 후 ‘경쟁자’ 호날두를 의식하는 발언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해 화제다. FIFA는 12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메시에게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 발롱도르를 수여했다. 메시는 165개국 대표팀 감독과 162개국 대표팀 주장, 기자 171명 등의 투표에서 41.33%의 득표율로 최종 후보였던 호날두(27.76%)와 네이마르(24ㆍ바르셀로나ㆍ7.86%)를 가볍게 따돌렸다. 지난해 53경기에 출전해 48골을 넣으며 바르셀로나를 시즌 5관왕(프리메라리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스페인국왕컵, 유럽 슈퍼컵, FIFA 클럽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메시와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 스코어는 5-3이 됐다. 둘은 2008년 이후 세계 축구를 양분했다. 2008년 20대 초반으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던 호날두는 약관을 갓 넘은 메시를 제치고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석권하며 최고 선수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메시의 시대가 도래했다. 메시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통합되기 직전 해인 2009년을 포함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 상을 휩쓸었다. 메시는 2013년과 2014년 호날두에게 수상의 영광을 내줬으나, 3년 만에 다시 예전의 자리를 되찾았다. 호날두는 지난해까지 발롱도르 2연패에 성공하며 자신의 시대를 예고했지만, 다시 메시에게 발목을 잡혔다. 현장에서 메시의 수상을 지켜본 호날두는 “내 왼발도 나쁘지 않은데 메시의 왼발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상대를 인정했다.
“5번째 수상은 어린 시절 내가 그렸던 꿈, 그 이상이다”고 밝힌 메시는 발롱도르 수상과 월드컵 우승 중 더 간절한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월드컵을 택했다. 메시는 “팀 우승이 개인적인 수상보다 더 중요하다”며 “월드컵은 모든 선수들의 목표이자 정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선수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진 만큼 최종 후보 3인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렸다. FIFA에 따르면 메시와 호날두, 네이마르는 모두 팀 동료에게 표를 던졌다. 메시는 1~3순위로 루이스 수아레스와 네이마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에게, 호날두는 카림 벤제마, 하메스 로드리게스, 가레스 베일(이상 레알 마드리드)에게 표를 행사했다. 네이마르도 모두 같은 팀의 메시, 수아레스, 이반 라키티치에게 투표했다. 한국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순위 호날두에 이어 메시-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를 뽑았고, 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메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 네이마르를 선택했다.
발롱도르 수상자를 배출한 바르셀로나는 올해 시상식을 자신들의 잔치로 만들었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질 엘리스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올해의 지도자’에 뽑혔다. FIFA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함께 선정한 2015 FIFA-FIFPro 베스트11에는 메시와 네이마르, 이니에스타, 다니엘 알베스까지 소속 선수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2015년은 그야말로 바르셀로나 천하였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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