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입단 9년차.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어색하지 않은 구력을 지닌 강민웅(31ㆍ한국전력)의 새해 과제는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기’다.
강민웅은 지난해 12월23일 동료 전진용(28)과 함께 대한항공에서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 됐다. 2014년 1월 삼성화재에서 대한항공으로 전진용과 함께 이적한 뒤 약 2년 만이었다. 트레이드 당시 강민웅은 1승5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3라운드를 마친 한국전력을 반등 시킬 주역으로 꼽히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눈앞의 결과는 초라했다. 두 선수 영입 직전 대한항공에 1-3으로 패한 한국전력은 이들의 합류 뒤에도 4연패에 빠졌다. 특히 한국전력의 고민이던 세터 자리를 해결할 회심의 카드였던 강민웅의 마음고생은 더했다. 그는 “확 지는 것도 아니고 이길 것 같은 경기를 마지막 세트에서 무너지니까 더 괴로웠다. 경기 막판으로 가면 불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강민웅은 센터 방신봉(41)과 전진용을 활용한 과감한 속공으로 팀의 3-1 승리를 견인하며 모처럼 웃음을 되찾았다. 5연패 탈출과 더불어 1위를 질주중인 ‘대어’를 잡았다는 점에서 기쁨은 배가 됐다.
비법은 ‘버리기’였다. 명세터 출신의 신영철(52) 한국전력 감독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강민웅에게 “지금까지 네가 했던 모든 배구를 버리고 새로운 배구를 함께 시작하자”고 말했다. 신 감독의 지도 하에 9년 차 강민웅은 변화의 첫 발을 내디뎠다. 강민웅은 “감독님께서 당장 쉽게는 안되지만 시간을 갖고 고지식한 배구 관념과 배어있는 나쁜 습관들을 버리자고 했다”며 “(감독님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가르쳐주셨다. 내 실력이 조금 모자라지만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50대의 신 감독이 강민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토스 시범까지 보였다는 후문이다.
신 감독도 강민웅의 변화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강민웅이 잘해줬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강민웅이 우리 팀 세터로 계속 가야 하니 끝까지 믿고 갈 생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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