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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성덕선에게 '캡실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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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성덕선에게 '캡실망' 중이다

입력
2016.01.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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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택이 앞에서 늘 눈만 ‘껌뻑껌뻑’

“남성 앞에서 지나치게 수동적” 시청자 실망감 커

덕선(혜리)이의 남편 찾기가 한창인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tvN 제공
덕선(혜리)이의 남편 찾기가 한창인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tvN 제공

‘응팔 끝나면 뭐 보고 살지?’

벌써부터 한숨 소리가 들려옵니다. 단 2회분을 남겨 놓은 ‘응답하라 1988’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날마다 커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 이후 한편도 거르지 않고 ‘응팔’을 시청해 온 기자 역시 종영 후 찾아올 허전함을 어찌 견딜 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여주인공 덕선(혜리)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성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어쩜 그리도 수동적일까요? ‘응팔’을 보는 내내 이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덕선이는 미래의 남편이 될 상대에게 단 한번도 먼저 마음을 연 적이 없습니다. “쟤 분명 너 좋아한다”는 극성맞은 절친 자현과 미옥이의 부추김이 있고서야 덕선이는 그에게 ‘즉시’ 마음을 움직입니다. 바로 직전까지 “불알친구”라 부르는 데 망설임이 없었으면서 말이죠.

지난 5화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선우(고경표)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시기입니다. 이 때도 덕선이는 “분명 너를 여자로 좋아한다”는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 선우를 바로 이성으로 대하기 시작합니다. 밥을 먹다가도 선우가 집에 오면 거울을 보러 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다리를 다친 선우를 극진히 간호했었죠. 변진섭 테이프로 자신의 마음을 몰래 전달하기도 합니다. 첫눈이 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고백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우를 남자로 보게 된 계기나 선우를 향한 덕선이의 진짜 마음은 단 한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덕선이는 그저 하염없이 남자의 고백만 기다리는 순진해빠진 여주인공으로 그려지다 선우의 마음이 자신의 언니인 보라(류혜영)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쏟을 뿐입니다.

정환에게도 마찬가지였죠. 이 때도 덕선이는 정환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에게 다가갑니다. “나 소개팅 할까?”란 덕선의 물음에 덤덤한 목소리로 “하지마, 소개팅”이라던 정환의 대답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이 때도 덕선이의 마음은 베일에 가렸습니다. 정환과 함께 등교하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고 그의 곁을 빙빙 맴돌았지만 도대체 덕선이는 정환이의 어떤 모습에 마음을 열었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 방송된 18회. 성인이 된 덕선이의 남편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여전히 덕선이의 마음은 알 길이 없습니다. 덕선이에게 가기 위해 영화 관람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정환과 바둑대회까지 기권하며 그녀 앞에 나타난 택이 앞에서 덕선이는 큰 눈만 깜빡 거릴 뿐이었죠.

이쯤 되면 덕선이의 사랑은 철저하게 정환과 택이의 마음먹기에 따라 좌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성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익숙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수동적인 모습입니다. 유쾌발랄 성덕선도 결국 남성 의존적인 여성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이란 미궁 속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여주인공의 속내와 사랑. ‘1988년에 곤로를 사용했을까?’보다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입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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