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회사원 자오(趙)모씨는 최근 은행에서 위안화를 찾아 달러화로 바꾼 뒤 1년 만기 달러화 예금을 들었다. 자오씨는 “이자율은 1.2% 밖에 안 되지만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5%만 평가 절하돼도 실질적인 수익률은 6.2%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아들을 둔 리(李)모씨도 최근 달러화를 사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리씨는 “작년초만 해도 1만달러를 바꾸려면 6만2,000위안이면 됐는데 지금은 6만6,000위안이나 줘야 한다”며 “미리 달러화를 사 놓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달러화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새해 들어 위안화는 계속 평가 절하되고 있는 반면 달러화 가치는 연일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한산했던 중국 시중은행 외환창구에는 최근 위안화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달러화 환전을 위해선 대기표를 받고 20~30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다. 일부 은행 창구에선 이미 달러화 현금이 부족, 사전에 예약을 한 고객에게만 달러화로 바꿔주고 있다. 중국 증권일보는 “일부 지점에선 1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만 달러화를 가져갈 수 있다”는 은행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달러화 사재기는 위안화의 유동성 부족까지 낳고 있다. 11일 홍콩에선 은행간 하루짜리 위안화 금리가 역대 최고치인 13.4%까지 치솟았다. 위안화 예금을 찾겠다는 고객들이 폭증하며 위안화 현금이 부족해진 일부 은행들이 위안화를 조달하기 위해 단기 위안화 대출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탓이다. 위안화 인출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달러화로 바꿔 타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발 빠른 투자자는 이미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중국외환거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일부터 지난 8일까지 68일 동안 달러 당 위안화 환율은 6.3154위안에서 6.5636위안으로 상승했다. 만약 이 기간 위안화를 달러화로 바꾼 뒤 다시 위안화로 환전을 했다면 이론상으로는 연 이율이 21.1%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셈이 된다.
달러화 열풍이 불면서 세계 최대 외환 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달러화 부족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연말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3조3,300억달러로 전월보다 1,079억달러 감소했다. 이는 한달 기준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지난 1년 간 중국 외환보유액이 5,127억달러나 감소했다”며 “3조달러선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중국 관영매체들은 달러화 투자의 위험을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달러화 매입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위안화 예금 수익률이 달러화 예금 수익률보다 높다”며 “맹목적인 달러화 환전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신화통신도 “외환 투자는 변동성이 크다”며 “위안화가 계속 평가절하될 것으로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일보도 “달러화 예금은 최소 1년 이상 자금이 묶이고 환전 수수료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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