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4)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는다.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선택지가 좁았던 그에게 최고의 무대에서 다시 공을 뿌릴 기회가 주어졌다. 도박 혐의가 불거질 때만 해도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오승환을 향해 야구 팬들의 실망감이 컸지만 벌금 700만원 약식 기소 처분 이후 행선지가 정해지자 비난 여론도 점점 수그러지는 분위기다.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도박 혐의에 함께 연루된 임창용(40ㆍ전 삼성)에게도 그라운드 복귀를 위한 입지를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임창용 또한 오승환과 같은 처분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 여부가 불투명했다. 여론이 워낙 안 좋았던 탓에 국내 구단들은 영입을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징계 수위도 걸림돌이었다.
KBO는 지난 8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임창용과 오승환이 KBO 소속 구단과 계약할 경우 해당 소속 구단이 시즌의 50% 이상을 소화할 때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결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은퇴는 피하고 그라운드로 돌아갈 여지는 남겨 놓은 셈이다. 그리고 여론의 추이도 일방적인 비난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임창용은 나이를 감안할 때 해외 진출은 어렵지만 아직 국내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를 갖췄다. 지난 시즌 55경기에서 5승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고, 구원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뒷문이 불안한 팀들에는 여전히 매력적인 마무리 투수다. 또 개막 전에 계약을 마치면 144경기 중 반환점을 도는 6월 말부터 기용할 수 있다.
확실한 소방수가 건재한 일부 팀들과 마무리 대체 자원이 있다고 판단한 몇몇 팀들은 임창용의 영입 가능성을 닫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팀들은 물밑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고향 팀'에서 명예 회복을 할 기회를 줄 명분이 있는 KIA, 그리고 그룹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모기업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는 넥센 히어로즈가 주목 받을 수도 있다. 임창용은 여러모로 개막 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진=임창용.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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