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안해도 재정 조기집행해 달성”
구조개혁·가계부채 대책 등 현안엔
“최선 다하겠다” 원론적 답변
최경환 정책 답습 우려 지적에는
“박근혜정부 정책 유지하는 것” 해명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1% 달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이나 국가채무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새로운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 3기 경제팀만의 독특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도 “특색 있는 정책을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만 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수장으로서 자신만의 비전은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장밋빛 전망
유 후보자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올해 정부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인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장 올해 1분기부터 예상되는 소비 절벽 등을 언급하며 “현재 우리 경제가 과거 외환위기와는 다르다고 해도 위기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 “1분기 중 발생할 수 있는 경기리스크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등 3.1%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에 대해서도 “당장 엄청난 어려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교적 낙관적 태도를 보였다.
유 후보자는 증세와 관련, “최후의 수단으로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필요성에 대해서는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며, 저소득층의 면세 범위를 줄이면 누진적으로 고소득층에도 적용돼 고소득층도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상당히 노력해 진척됐으며 그 성적이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평가했다. 전세대란의 해법에 대해서는 “근본 해결책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고 했다.
초이노믹스 붕어빵
유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이렇다 할 정책 비전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 가계부채 대책, 구조개혁 방향 등을 묻는 질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의 원론적 답변이나 최 부총리의 정책을 반복하는 정도에 그쳤다.
유 후보자는 특히 “이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잘 마무리하고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이라는 최 부총리가 펼쳐 온 틀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나 규제프리존 도입 등을 언급했지만, 역시 현 경제팀의 처방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유 후보자는 이에 대해 “초이노믹스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유지”라고 해명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 후보자에게 우리 경제를 끌고 나갈 자신만의 구체적인 정책적 비전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누리과정에 대해서도 현 경제팀의 입장을 유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중앙정부)가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성 질의에 유 후보자는 “누리과정은 지방에서 집행하는 게 맞고, 지방정부도 광범위한 국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 시절인 1982년 당시 분양가 2,500만원 상당인 서울 상도동 아파트를 보유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아버지로부터 증여 받았고, (아버지가)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했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10시 조금 넘은 시각 청문회를 마치고,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유 후보자는 13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5시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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