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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성범죄 뒤 ‘전두측두엽치매’ 있다

입력
2016.01.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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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퇴행성 변화에 따른 충동조절 장애가 원인… 조기치료로 예방해야”

최근 우리사회에서 노인에 의한 성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뇌 퇴행성 변화에 따른 전두측두엽치매로 충동조절이 잘 안되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우리사회에서 노인에 의한 성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뇌 퇴행성 변화에 따른 전두측두엽치매로 충동조절이 잘 안되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우리사회에서 60세 이상 노년층에 의한 강간, 추행 등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노화에 따른 뇌 퇴행성 증상인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도 문제의 한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대검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61세 이상 노인에 의한 강간 및 추행 범죄는 2010년 234명에서 2014년 363명으로 55.1% 늘었다. 특히 71세 이상 노인의 강간범죄는 2009년 137명에서 2013년 378명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사회에서 노인 성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이와 관련, “노화에 의한 뇌 퇴행성 변화로 ‘전두측두엽치매’가 발생해 충동조절이 잘 안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배후를 지목한다.

전두측두엽치매는 노화에 따른 뇌 퇴행성 변화로 전두엽 및 측두엽이 위축, 충동조절 장애, 인격 변화, 언어기능 장애 같은 행동장애를 불러오는 병이다. 전두측두엽치매의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자의 10~25%에서 상염색체 우성의 유전경향이 발견, 발병이 유전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태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두엽에 이상이 생기면 성적요구 등 원초적인 기능에 대한 집착이 발생한다”면서 “전두측두엽 치매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치매는 아니어서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청 분석에 따르면 예전 노인 성범죄는 전과자, 저소득층, 저학력 계층에 의한 것이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학력자, 부유층에 의한 사건이 늘고 있다.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60세 이후에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충동조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전두측두엽치매가 발생하면 경제ㆍ사회적 지위, 교육수준과 관계없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노인 성범죄가 증가하는 것과 관련, 전문의들은 “계획적 범죄가 아니라 충동 조절에 실패한 것이 한 원인인만큼 치료를 통한 사전예방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또 이같은 의료적 접근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노인 성범죄가 느는 데는 영양상태 개선,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발기부전제 판매 급증, 은퇴 이후의 불안정한 삶,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회 상실과 경제적 빈곤, 가정에서의 홀대 등으로 불만이 누적되는 것이 노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동청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즘은 나이 60에도 신체연령은 40~50대 같은 이들이 많다”면서 “노인이 되면 남성성이 사라진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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