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8년 8월31일 처음으로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뒤 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예기치 못했던 이 장거리 로켓발사에 국제사회는 깜짝 놀랐지만 위성발사라는 주장에는 강한 회의를 보였다. 위성발사를 가장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군사정보당국은 로켓의 마지막 추진체 점화에 실패해 1,300㎞ 정도 떨어진 태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이 장거리 로켓에 발사 지점의 지명을 따 대포동 1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위성 ‘광명성 1호’ 선전에 열을 올렸다. 1,2,3단 로켓의 연소시간과 도달거리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발사 5분 후 궤도 진입에 성공해 지구로부터 최단 218.82㎞, 최장 6,978.2㎞ 타원궤도를 165분 6초 주기로 돌고 있다고 전했다.‘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모스 부호(27㎒)로 전송하고 있으며 10월3일 새벽 수많은 사람들이 평양 상공을 지나가는 광명성 1호를 목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보도하는 게 북한 매체들이다.
▦ 최근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나 8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영상에도 과장과 조작의 흔적이 짙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은 대개 극비리에 진행하고 개발 수준을 공개하는 일도 없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 핵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관련 시설을 보여주고,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수시로 떠든다. 지난해 5월 1차 때보다 상당히 진전돼 보이는 이번 SLBM사출시험 영상은 과거 스커드 미사일 발사장면을 편집해 만든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바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다종 다양한 핵탄두와 ICBM(대륙간탄도탄), SLBM과 같은 갖가지 운반수단을 갖춘 핵보유 강국으로 믿어달라는 것이다. 실제 자신들이 도달한 수준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외부 세계가 그렇게 봐주면 그 자체로 억지력이 되고 정치ㆍ군사적 무기가 된다. 하지만 과장과 허세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설마 설마 하며 시간을 흘려 보내는 동안 북한은 끊임 없이 자신들의 과장과 허세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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