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20라운드를 지나고 있다. FA컵 역시 3라운드를 치렀다. 본격적으로 후반기에 돌입하는 일정 속에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기성용(스완지 시티)
기성용(27)을 말하기 전에 그가 속해있는 팀인 스완지 시티의 성적부터 살펴보자. 스완지 시티는 현재 17위로 여차하면 강등권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시즌 구단 창단 이래 최고 승점(56점, 리그 8위)을 따 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주포 윌프레드 보니(28)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게 타격이 컸다. 그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바페팀비 고미스(31)는 리그 19경기에 출전에 5골 밖에 넣지 못했다.
팀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기성용은 꾸준한 모습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성용은 지난해 12월10일자로 해임된 개리 몽크(37) 감독의 재임 기간 때도, 현재 임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앨런 커티스(62) 감독대행 밑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WBA과의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시즌 4번째 리그경기 승리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11일 열린 옥스퍼드(4부) 와의 FA컵에서는 기성용의 부재가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기성용은 아스날의 프란시스 코클랭(25)에 이어 패스 성공률이 리그에서 가장 높은 선수다. (코클랭: 91.5%, 기성용: 91.2%, 후스코어드 기준.)
이렇다 할 중원에서의 경쟁자가 영입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기성용의 주전 자리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 모든 대회에서 20경기 출전(15선발, 5교체) 1골
중간 성적표 : B, 기상도 : 맑음
●최고의 순간
기성용의 올시즌 최고의 순간은 WBA전이 아닐 까. 앙헬 랑헬(34)의 기습적인 오버래핑에 의한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기성용이 기습적으로 달려들면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날 경기는 기성용의 골로 스완지가 1-0으로 승리했고 스완지는 절실했던 승점 3점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해외 축구팬들이 이청용(28)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아쉬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쉬움 속에는 항상 톰 밀러(26)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것이다. 축구에 만약이란 없다. 그러나 2011년 톰 밀러에게 ‘살인 태클’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청용의 위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라는 질문은 이청용의 팬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다행히 이청용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거다. 거기다 이번 시즌 아주 잘나가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 소속이다. 팰리스는 1월11일 현재 리그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차하면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을 넘볼 수도 있는 자리다. 전통의 강호들이 올 시즌 나란히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점을 감안할 때 팰리스의 남은 시즌은 더욱 기대된다.
그러나 잘나가던 팀과는 달리 이청용은 개인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청용은 이번 시즌에 리그 경기 출장 횟수가 7번에 불과하다. 선발 출장했던 적은 1번(1월 3일 첼시전)이었고, 나머지는 교체 출전이었다. 출장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한방을 보여줄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이청용은 짧은 출장시간 내에서 최대한 임팩트를 보여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처지였다. 그 와중에 ‘한 방’이 제대로 터졌다.
●최고의 순간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제2막은 지금부터다. 그리고 전환점은 바로 지난해 12월20일 스토크 시티와의 리그 경기였다. 후반 35분, 1-1상황에서 윌프레드 자하(24)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청용은 8분 뒤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을 꽂아 넣었다. 이 골로 팰리스는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짜릿한 승점 3점을 가져오게 됐다. 이청용의 골이 아니었으면 팰리스는 지금 리그 10위다.
포지션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드와이트 게일(26)과 야닉 볼라시에(27)가 현재 부상 중이다. 조만간 돌아올 그들이지만 이제 이청용을 주전 경쟁 상대로 봐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청용에게 최대 기회다. 스토크 시티 전의 ‘엄청난 골’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청용은 전보다 더 많은 경기 기회를 가질 것이다.
시즌 모든 대회에서 10경기 출전(3선발, 7교체) 2골
중간 성적표 : C, 기상도 : 흐린 뒤 갬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2015년 여름 토트넘 핫스퍼는 독일 레버쿠젠에게 2,200만 파운드(약 386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손흥민(24)을 데려왔다. 토트넘으로서는 역대 구단 이적료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손흥민에게 제시한 급료는 주급 11만 파운드로 팀 내 1위였다. 엄청난 조건을 제시한 구단이나, 손흥민을 바라보는 팬들이나 그의 활약상을 기대할 만 했다.
지난 해 9월13일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다음 경기였던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연이은 9월20일 크리스탈 팰리스 전에서는 손흥민 특유의 스피드를 이용한 결승골로 팀을 1-0 승리로 이끌었다. 오프 더 볼에서의 움직임을 지적 받기도 했지만, 손흥민의 기세는 매서웠고 그의 전망은 밝아 보였다.
그러나 9월26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후 부상을 당한 손흥민은 한달 여를 쉬었다가 11월6일 안더레흐트와의 유로파리그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이후에는 이전만큼 좋은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리그에서도 11월23일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을 빼면 성적이 좋지 못했다. 다행히 유로파리그에서는 간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부상을 당하기 전만큼의 모습은 아니었고 점점 포체티노(44) 감독의 선택지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출전 시간을 살펴보면 손흥민의 ‘급’이 달라진 위상이 드러난다. 9월26일 이전에 손흥민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61.8분의 출전시간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부상 회복 후에는 평균 43.5분이 주어졌다. 상대적으로 주전 선수를 기용하는 리그 경기의 경우 손흥민은 9월26일까지 평균 59.6분 뛰었고, 11월6일 이후 부터는 30.5분의 시간만을 허락 받고 있다. 팀 내 주급 1위인 선수가 조커로서 활약하는 모양새다.
‘위기’에 봉착했던 손흥민은 12월29일 왓포드 전에서 후반 막판 재치 만점의 힐 킥을 성공시켜 토트넘에게 승점 3점을 선사했다. 그러나 그 감동도 잠시, 선발 출장한 11일 레스터시티와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다시 부진한 모습이었다. 손흥민에게 앞으로의 과제는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다.
시즌 모든 대회에서 18경기 출전(9선발 9교체) 4골 5어시스트
중간 성적표 : C+, 기상도 : 안개 조심
●최고의 순간
손흥민에게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은 크리스탈 팰리스 전이 아닐 까 싶다. 교체 투입된 크리스티안 에릭센(24)의 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은 3~4명의 수비수를 헤집고 달리면서 박스 안으로 그대로 침투, 왼발 슛으로 천금 같은 뽑아냈다.
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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