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시대 유적으로 유명한 경기 연천군의 남계리 유적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됐다. 한반도에서 온전한 형태의 주먹도끼가 출토된 사례가 드물어 주목된다. 발굴지 인근의 연천 전곡리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양면날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이다.
한국문화유산연구원은 파주 적성-연천 전곡 도로건설공사구간 내 연천 남계리 유적(경기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 263-39) 발굴조사를 통해 주먹도끼를 포함한 구석기 시대 유물 1,000여 점을 발견했다고 문화재청이 11일 밝혔다. 발굴조사단은 2~3m의 퇴적층에서 몸돌(석기로 가공하기 원래 돌)과 격지(몸돌에서 떼어낸 작가 날카로운 돌조각), 주먹도끼, 찍개, 다면 석기 등을 발견했다. 특히 대형 격지를 이용해 만든 가로날도끼와 주먹도끼가 나온 것이 이번 발굴의 특징이다.
주먹도끼가 출토된 남계리 유적은 한국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인 연천군 전곡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2.5㎞에 있다. 전곡리 유적은 1978년 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돼 세계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슐리안형 석기는 석기의 한 면만 잘라내 사용한 이전 세대의 올도완 석기와 달리 돌의 양면을 동시에 잘라내 더 진일보한 석기로 평가된다.
그 전까지는 아프리카와 유럽, 서남아시아 등 유라시아 서부지역에는 주먹도끼 위주의 구석기 문화가 등장하고 동쪽에는 그보다 뒤떨어진 찍개 위주의 문화라는 ‘모비우스 라인’이 세계 고고학계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에 가까운 양면날 주먹도끼가 발견돼 이 해설이 뒤집혔다. 2014년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중국 고고학자 장푸여우(張福有)가 전곡리 도끼와 유사한 주먹도끼도 발굴했다.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이정우 연구관은 “아직 이번에 발견된 주먹도끼가 아슐리안형 도끼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전곡리에서 발견된 것과 외양이 유사하기 때문에 한반도 구석기 문화의 변천을 살필 중요한 유물”이라고 말했다. 발굴조사단은 13일 오후 2시 현장 공개 설명회를 연다. 전곡리 선사유적지 연구에 참여했던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현장에 참석한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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