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영화 '괴물'로 데뷔해 장르는 물론 주ㆍ조연을 가리지 않고 작품에 임했다. 쉼 없이 달려왔더니 어느 덧 11년 차가 됐고, 충무로를 대표하는 20대 여배우로 성장했다. 13번째 작품 '오빠생각'을 들고 온 배우 고아성은 "그런 수식어는 처음 들어봐요"라며 쑥스러워했다. 고아성은 '오빠생각'에서 합창단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박주미 역으로 극에 활력과 온기를 불어넣었다.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어두운 현실 속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감으로 '오빠생각'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자처하는 인간적이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그려내며 그간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큰 역할이 아닌데 이 영화를 택한 이유가 있나.
"'우아한 거짓말' 코멘터리를 하는 날 이한 감독을 만났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느냐고 묻기에 냉큼 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치가 꽤 빠른 편이라 새 작품임을 직감했다(웃음).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과 또 한 번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또 어린이 합창단이라는 소재도 굉장히 끌렸다."
-이한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이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감독님의 디렉션도 멋졌고, 그 디렉션을 100% 이해할 수 있는 나도 좋았다. 감독님이 영화를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만드시는 것을 느꼈다. 특히 배우들에게 기회를 정말 많이 주시는 점이 감사했다. 예를 들면 극중 한상렬 소위와 맥주 마시는 장면은 임시완씨 아이디어가 대부분이다. 나는 종이 건반을 치는 장면을 넣었는데 삭제됐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또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
▲ 임민환기자
-전쟁 중 항상 웃는 박주미 캐릭터에 의아함이 남는다.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됐다. 힘든 시련 속에 꽃 같은 모습으로만 남아있지 않으려 신경을 많이 썼다. 뻔한 여자로 보이지 않으려 야한 잡지를 흥미롭게 여기는 설정도 넣었다. 무엇보다 촬영 전 배우들과 다같이 공유했던 한국전쟁 당시의 사진을 보고 확신했다. 감독님이 '전쟁 중이라고 해서 365일 24시간 매일이 우울하진 않을 거야'라면서 밝은 느낌의 사진들을 보여주셨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들이었다. 주미가 진짜 행복해서 웃는다기 보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그 속에서 희망을 봤던 것 같다."
-홍일점이었는데 남자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촬영장이 굉장히 고립돼 있어서 배우들끼리 몰입이 잘 됐다. 세트라기보다 실제로 그 시대에 던져진 느낌이 들었다. 임시완은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다.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면 그냥 찍지는 못하더라. 이희준 선배와는 이번 작품에서 많이 만나지 못했다. 붙는 장면이 없어서 아쉽다. 한 번 더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
-합창단 친구들을 보면서 아역시절도 생각났을 것 같다
"맞다. 사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진짜 영화에서 중요한 친구들은 어린이 합창단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아이들의 합창이 크게 다가왔다. 아역으로 활동할 때 느꼈던 감정들이 생각났다. 성인 배우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겠고, 어색했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영화 촬영 때 내가 먼저 다가갔다. 결국은 무장해제가 돼 버려 진짜 친구가 됐다. 하하하."
­-아역배우 정준원과 이레 연기는 어땠나.
"내가 말할게 뭐 있나. 조언을 할 것도 없다. 알아서 잘 하지 않겠나(웃음). 그냥 연기를 잘 하는 두 배우였다. 특히 준원이가 아버지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현장에 없던 장면이라 시사 때 봤는데 깜짝 놀랐다. 이레는 계속 붙어 다니면서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기특했다. 순수하고 솔직한 친구였다. 나보다 더 낫다. 함께 연기하게 돼 내가 더 감사하다."
­-아이들과의 촬영이 쉬운 일만은 아닐 텐데.
"사실 감독님이 부탁을 하셨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해달라고. 그때만해도 자신이 없었다. 집에서 막내이다 보니 아이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바뀌었다. 내가 피아노를 치고 아이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노래를 하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그게 첫 촬영 날이었다. 힘든 게 있었다면 더위였다. 한 여름 경주에서 폭염과 싸우느라 고생했다. 촬영 중간 해가 뜨거운 시간은 아이들 낮잠시간이 됐다. 다같이 아이들을 재웠던 기억이 난다."
-피아노 연습은 힘들지 않았나.
"힘든 것 보다 아쉬움이 크다. 실제로 연주는 했지만 만족스럽게 못했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를 찍으면서 틈틈이 레슨을 받았다. 연습을 많이 못했다."
-극중 멜로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12세 관람가에 맞게 잘 나온 것 같다. 멜로는 한 번도 안 해본 장르다. 나중에 기회가 오지 않겠나."
▲ 임민환기자
-고아성에게 '오빠생각'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동구와 순이 장면에서 특히 눈물이 났다. 아이들이 차 안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인민군가를 부르는 모습도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어린 친구들을 대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느꼈는데 이번에 극복했다. 친언니도 '네가 이렇게 아이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고 그랬다."
­-관객들은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감동 그 자체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 그러나 뻔한 감동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진심이 담긴 영화다. 부잣집 남자가 아이를 희롱하는 등 사회적으로 불편한 장면도 더러 있지만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냈다는 것도 존경하는 부분 중 하나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담아낸 것 같다."
­-1992년생 원숭이띠다. 새해 특별한 계획은.
"일단 '오빠생각'이 잘 됐으면 좋겠다. 조만간 차기작도 정할 에정이다. 요즘엔 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싶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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