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번 겨울 연이은 전력 유출로 '위기'에 섰다는 평가를 받는 넥센은 '기회'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그간 스타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유망주들에게는 '빈자리'가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센은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 대열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타선과 마운드에서 모두 공백이 크다. 주축 선수였던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 손승락(롯데), 밴헤켄(세이부) 등이 줄줄이 빠져나간 결과다.
넥센 내야수 김민성은 팀 전력에 대해 "약해진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대로 무너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믿음'의 확실한 근거가 있다. 김민성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는 또 다르게 1군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후배들이나 2군에 있던 선수들이 있다. 다들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1군 경기에서 펼쳐 보이지 못했을 뿐이다. 올 시즌 그런 부분에서 개개인이 장점을 살리면 또 다른 넥센의 팀 걸러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김민성은 벌써 콕 집어 놓은 후배도 있다. 김민성은 "나와 같은 내야수인 장시윤이나 송성문 등이 눈에 띄더라. 선수로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수비 센스나 주루 플레이 능력도 좋다"며 "나와는 또 다른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지난해 이 맘 때도 메이저리그로 떠난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에 고민했다. 하지만 2014년 입단 신인인 김하성이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로 뛰며 타율 0.290, 19홈런 73타점 22도루를 기록했다. 결국 강정호의 공백은 대형 스타에 가려져 있던 유망주 발굴의 기회가 됐다.
이번 겨울을 지나며 생긴 '공백들'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 이유다. 넥센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박병호도 친정팀의 선전을 믿고 있다. 그는 "넥센 선수들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빠진 건 사실이지만 약하지 않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더라"고 전했다. 누가 먼저 기회를 잡느냐의 싸움이 된다. 박병호는 "분명히 넥센에는 좋은 유망주들이 있다. 기회를 받아야 할 선수들이 있다. 그 선수들이 공백을 잘 메워줄 것이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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