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직급 역진은 처음 있는 일
검찰 “고참들 수사역량 활용”
4명은 사실상 좌천… 1명 사직 글
법무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검찰 고검검사급 인사에서 무려 20명 이상의 부장검사가 부부장검사로 한 단계 낮아지는 이른바 ‘직급 역진’ 현상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과거에도 ‘부장검사→부부장검사’의 인사 발령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행해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13일자로 시행되는 법무부 인사 발표자료에 따르면 외견상 부부장검사로 ‘강등’을 당한 현직 부장검사는 총 26명이다. 이들 가운데 우선 4명은 형식적으로는 각 지방검찰청에 소속을 두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외부기관 파견 또는 검찰 내 신설부서의 부장 보직을 받은 경우인데, 이는 소속 지검의 부장검사 정원(TO)을 초과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일선 지검 또는 지청의 부부장으로 전보됐지만, 실제로는 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일하게 될 예정인 7명도 비슷한 경우다. 신규 소속 지검이나 지청, 고검의 인원(부장검사) 편성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부부장으로 발령을 낸 셈이다. 11명은 검찰청의 규모 차이 때문에 지청에선 부장이었지만, 그보다 큰 지검으로 가면서 부부장이 됐다. 이러한 인사 관행은 종전에도 계속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4명이나 된다. 부장검사 두 명은 소속 지검이 그대로인데도 부부장검사로 발령이 났다. 다른 두 명은 더 작은 규모나 비슷한 규모의 검찰청으로 옮기면서 부부장검사가 됐다. 사실상의 ‘좌천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들 중 한 부장검사는 인사 발표 직후 검찰 내부통신망에 사직의 글을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직급 역진’ 인사에 대해 법무부는 “고참 검사들의 경륜과 역량 활용이라는 이번 인사의 원칙에서 해석해 달라”면서 “개별 인사에 대한 해석을 일일이 할 수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주로 결재업무를 맡는 부장검사 보직보다는, 피의자 신문을 비롯해 직접 수사업무를 하는 부부장검사 보직을 주어 일선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검찰 내 인사 적체 해소 차원에서 부장검사 보직을 제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기수ㆍ서열 문화가 강해 후배가 승진하면 사표를 내는 게 관행이고, 그래서 법관과 달리 고참 검사들이 밀려나는 검찰에서는 새로운 인사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일선 수사력 강화’라는 결실을 맺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여전히 고유의 기수 문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부장, 부부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일 뿐”이라며 “과거에도 지청장에서 부부장으로 발령 나는 등의 경우가 있지만 이를 좌천이다, 아니다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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