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도 교육청이 정부의 주장대로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감해 누리과정에 투입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전국 교육청 중 경기도교육청에 이어 두번째로 예산이 많은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을 교육재정 전문가와 함께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교육청 예산에 구조조정할 여지는 크지 않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총 예산은 8조13억원이다. 이 중 75.5%에 해당하는 6조441억원은 교사ㆍ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및 기관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여서 손댈 여지가 없다. 이것이 필수예산이라는 점에는 정부와 교육청 간 이견이 없다.
교육청이 갚아야 할 빚인 지방교육채 및 임대형민자사업(BTL)은 삭감이 불가능하다. 학교시설 개보수를 위한 시설사업비 등은 현실적으로 수요가 높아 지방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꾸는 실정이다. 재난복구 등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한 예비비 역시 성격상 삭감이 어렵다. 이것이 총 6,913억원으로 8.7%를 차지한다.
그나마 줄일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면 교육사업비(1조2,659억원ㆍ15.8%)다. 교육사업비는 교육프로그램사업비(3,733억원)와 교육복지사업비(8,926억원)로 구분된다. 교육사업비란 과학ㆍ영재ㆍ독서ㆍ외국어 등 학습 지원, 생활지도 상담 봉사 등을 진작시키기 위한 운영비, 인건비 등인데 이를 대폭 줄이면 일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연구소 미래와균형의 김현국 소장은 “재정 효율 차원에서 보면 이 중 중복ㆍ부실 프로그램을 없애 예산을 줄이는 게 좋다”면서도 “자칫 교육기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삭감에는 반대했다. 사실상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서울형), 마이스터고 지원 등 교육청이 정부 시책에 발맞춰 확대편성한 사업들이 포함돼 있어 생각만큼 절감할 수 있는 폭이 크지 않다. 또한 교육복지사업비는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예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새터민가정, 조손가정 등 사회적배려대상자를 대상으로 학비와 교과서 등을 지원해 주는 예산이라 오히려 확대 편성해야 할 항목이다.
재정만 놓고 보았을 때 교육복지사업비 중 2,866억원이 배정된 무상급식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포퓰리즘’ 논란이 있었던 만큼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도 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경우 관내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비(3,807억원)의 상당액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이조차 이미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별급식을 주장하다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물러났고, 이후 학부모들이 이미 당연시하는 만큼 예산을 절감하려면 누리과정 논란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상급식을 제외하면 교육청 사업 대부분이 정부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예산을 줄이기가 어렵다”며 “지방교육재정에서 줄일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 규모는 교육청 당 100억원 내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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