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검찰 주변의 움직임을 보면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 취임 이후의 검찰 방향에 대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검찰이 7개월 간의 수사 끝에 내놓은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법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검찰 개혁 차원에서 공식 폐지됐던 대검 중앙수사부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으로 슬며시 부활했다. 김 총장이 단행한 첫 번째 검찰 인사도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검찰이 수천억 원대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기소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1심 무죄 선고는 검찰의 부실 수사가 부른 귀결이다.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지난해 3월 이완구 당시 총리의 “부패 척결” 담화 직후 시작됐다. 하지만 ‘포스코 수사’와 함께 청와대의 하명 수사 논란이 상징하듯 준비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여 졸속을 자초했다. 비리 의혹이 없었던 게 아니라 사전에 충분한 내사과정 없이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한 게 화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의 중수부나 다름 없는 조직을 만든다니 정권 차원의 ‘청부ㆍ표적수사’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중수부는 권력 입맛에 맞춘 억지 수사와 기소 등의 폐해로 여야 합의에 의해 폐지된 기구다. 특수수사 역량 강화라는 명분만으로 조직을 되살리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일정과 집권 4년 차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것 등과 연관 짓는 해석도 적지 않다.
정권의 눈밖에 난 검사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더욱 의심케 한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팀장과 부팀장을 맡은 윤석열 검사와 박형철 검사가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이에 반발한 박 검사는 사표를 내고 검찰조직을 떠났다. 과거사 재심 사건에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는 강제 퇴직 위기에 처하게 됐다. 반면에 청와대의 의중을 고려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1심에서 무죄 결정을 받은 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영전을 했다.
이런 인사는 결국 권력 앞에서 소신을 드러내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야 살아남는다는 노골적인 겁박이나 다름 없다. 그렇게 검사들을 길들여 고분고분하게 만들면 검찰의 정치권력 예속은 더 심해지고 수사역량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그 부담은 정권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검찰이 바로 서려면 정권이 검찰을 장악하려는 욕심부터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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