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썰매 종목이 국제 무대에서 쾌속 질주를 거듭 하고 있다. 특히 봅슬레이ㆍ스켈레톤은 썰매 종목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우리나라에서 연달아 메달을 거머쥐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23ㆍ한국체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16시즌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8초76(1차 53초99ㆍ2차 54초77)으로 2위에 올랐다. 은메달은 윤성빈의 올 시즌 최고 성적이다. 이로써 그는 세계랭킹 4위로 치고 올라갔다. 지난해 11월 시즌 첫 번째 대회 당시 윤성빈의 랭킹이 12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8계단이나 뛰어오른 셈이다.
특히 윤성빈은 이날 레이크플래시드 경기장의 스타트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워 눈길을 끌었다. 그는 4초70의 기록을 세우면서 러시아의 알렉산더 트리티아코프가 2006년 작성한 4초74의 기록을 0.04 앞당겼다. 윤성빈은 앞서 지난달 12일 독일 퀘넥스에서 열린 3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6위에 오른 윤성빈은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도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봅슬레이의 원윤종(31ㆍ강원도청)-서영우(25ㆍ경기도연맹)는 하루 앞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차 시기 55초42에 이어 2차 시기 55초70으로 합계 1분51초12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둘은 당초 1차 시기를 2위로 마치며 금메달에 대한 꿈을 부풀렸지만 2차 시기 스타트에서 다소 주춤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와 불과 0.01초 차이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이번 동메달 획득으로 세계랭킹 3위에서 2위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앞서 원윤종-서영우는 지난해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2연속 동메달을 딴 바 있다. 앞으로 남은 미주 대회에서 선전한다면 세계랭킹 1위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도 더 커졌다.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봅슬레이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술과 장비를 발전시키며 봅슬레이 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에야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이 생길 만큼 역사가 짧다. 세계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인 봅슬레이스켈레톤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은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평가다. 원윤종-서영우 조가 2010년 봅슬레이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는 전용 경기장조차 없었고 독일, 프랑스 등 외국 선수들이 타던 썰매를 중고로 사서 연습에 나서기도 했다. 2011년까지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윤성빈도 2012년 처음 썰매를 타봤다. 하지만 최근 장비 전문가와 외국인 지도자 등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 구축과 선수들의 노력으로 놀라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며 평창올림픽 금빛 레이스에 대한 가능성을 부풀리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원윤종-서영우와 윤성빈은 최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맬컴 로이드(68ㆍ영국) 코치를 추모하는 스티커를 썰매와 헬멧에 붙인 채 경기에 임했다. 월드컵 5차 대회는 17일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린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봅슬레이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썰매를 타고 얼음 트랙을 활주한다. 자체 브레이크와 조종대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남자 4인승, 남자2인승, 여자2인승 경기가 있다. 스켈레톤은 썰매 좌우 손잡이를 잡고 직선코스 30m~40m를 달려 가속한 뒤 썰매에 올라타 머리를 정면으로 하고 엎드린 자세로 경사진 얼음 트랙을 고속으로 질주하는 종목이다. 남녀 각각 1인승으로만 경기를 치르며 브레이크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가 없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그리고 드러누운 채 활주하는 루지 3종목이 같은 경기장에서 레이스를 벌이는데 트랙길이가 1,200m~1,300m에 달한다. 평균 경사도는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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