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는 ‘영국 언어’, ‘영국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독일인들은 Englander라고 부른다. 이는 명사를 지칭할 때 남성ㆍ여성을 구분하는 독일어의 특징이다. 영국 여자는 어미형 -inn을 붙여 Englanderinn이 되고 여기에 관사를 일치시켜 영국 여성은 ‘die Englanderinn’으로 적는다. 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해보면 ‘the she English woman’이 되는 셈인데 같은 의미의 she와 woman이 중복 사용돼 불필요한 요소가 과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원 전 5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명사를 남성ㆍ여성ㆍ중성(masculineㆍ faminineㆍneuter)으로 구분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여러 언어에서 남성ㆍ여성ㆍ중성의 구분 이 많아졌다. ‘The man’을 그리스어로 적으면 ‘o andras’이 되고 ‘the woman’은 ‘i gyneka’가 되며 ‘the child’는 중성으로서 ‘to pendhi’로 적는다. 독일어에서는 ‘der manㆍdie Frauㆍdas Kind’로 적고 프랑스어에서는 ‘le hommeㆍla femme’식으로 적는다. 이런 남성 여성 구별을 두고 미국의 촌철살인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엉터리 언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어를 보면 tree는 남성이라고 하면서 그 싹(bud)은 여성이고 잎(leaf)은 중성이라고 하고 horse의 경우 성 구분이 없고(sexless) dog는 남성으로 묘사하고 cat은 여성 취급을 한다. 사람의 입, 목, 가슴, 팔꿈치, 손가락, 손톱, 발, 몸은 남성으로 간주하는데 머리(head)는 그 사람의 젠더 구분이 아니라 문장의 쓰임에 따라 남성도 되고 중성도 된다. 여성의 머리(head)는 문장 묘사에서 남성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무성(sexless) 취급 할 때도 있다. 사람의 코, 입술, 어깨, 가슴, 손과 발가락은 여성 취급이고 머리, 귀, 눈, 턱, 다리, 무릎, 심장, 양심은 무성 취급(sexless)을 한다.
독일어에서 woman은 여성인데 wife는 여성이 아니라 무성(sexless)으로 간주해 중성 취급을 하고 fish 자체는 남성인데 비늘(scales)은 여성이고 fishwife(여자 생선 장수)는 어느 쪽도 아니다. 이런 특징을 두고 트웨인은 “독일어는 무원칙하고 엉성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명칭마다 남성 여성 구분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복잡하고 짜증스런 일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이런 구분이 점점 퇴색하고 있다는 언어학 보고가 꾸준히 나온다. 영어에서도 왜 God을 he로 묘사하느냐는 항의가 거세지는 것을 보면 언젠가는 중성으로 묘사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사회자’라는 뜻의 MC(master of ceremony)도 굳이 여성으로 표기하면 ‘Mistress of Ceremony’가 되는데 이런 것도 중성 표기로 바뀔 지 모른다.
농담으로 나도는 얘기이지만 역사를 지칭하는 HIStory가 HERstory로 바뀔 것이라는 억지 주장도 있다. 게다가 영어의 골칫거리이던 정관사와 관사의 문제가 동양인에게는 영원한 난제였는데 최근 원어민 영어에서도 생략되는 현상이 많아지는 것은 다소 놀라운 추세의 변화로 감지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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