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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연석 "여배우 복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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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연석 "여배우 복 많은 것 같아요"

입력
2016.01.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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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내로라하는 여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며 “여배우 복이 많은 것 같다”고 웃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유연석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내로라하는 여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며 “여배우 복이 많은 것 같다”고 웃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부산행 KTX열차를 탄 남자가 옆자리의 처음 본 여자에게 다짜고짜 말을 붙인다.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 남자, 그런데 왠지 밉지가 않다.

이 황당하면서도 저돌적인 남자는 다름 아닌 배우 유연석(32)이다. 그는 로맨틱코미디 영화 ‘그날의 분위기’(14일 개봉)에서 처음 만난 여자 수정(문채원)을 꼬시려고 맹공을 펼치는 재현으로 등장한다.

농구선수 출신의 탄탄한 몸매에 딱 맞는 수트를 입고 소위 ‘수트빨’로 여심을 녹이는가 하면 서글서글한 눈매로 능청스럽게 질척대는 모습에 안 넘어갈 여자가 있을까.

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하룻밤 연애가 잘못되고 틀린 것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며 “그날 분위기와 성향, 성격 등으로 인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나”며 정해진 연애의 틀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하룻밤 코드’에 공감할 수 없다고 하자 술술 풀어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조규장 감독과 여러 번 회의를 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대사나 장면들을 하나하나 같이 만들어갔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비 오는 정자에 앉은 문채원의 발을 마사지해주거나, 호텔에서 급한 마음에 슬리퍼만 신고 나오거나, 바나나우유에 비닐 캡을 씌운 빨대를 꽂아 수정에게 건네는 등 로맨틱코미디 영화에서 필요한 달달한 장면들의 디테일을 직접 살렸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같이 대본 작업을 해보자고 권하셨고 소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추가했죠.”

영화 ‘그날의 분위기’의 배우 유연석.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영화 ‘그날의 분위기’의 배우 유연석.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그래서일까.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에서 나정(고아라)을 짝사랑하던 순수청년 칠봉이는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연애에 능수능란한 재현만이 있을 뿐이다. “칠봉이처럼 차분한 역할만 해서 저의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아직도 ‘응답하라 1994’ 단체 모바일메신저 단체방이 있는데, 현재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김)성균이 형, 신원호 PD에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응원을 보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다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 (내 연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그래도 VIP 시사회 때 같이 봤던 동료 배우들도 그렇고 대부분 다 좋게 보셨다고 했다. 기분 좋았다. 기존 캐릭터와 달라서 재미있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영화 ‘그날의 분위기’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그날의 분위기’ 한 장면. 쇼박스 제공

-바람둥이처럼 능청스럽게 연기가 되던가

“그런 캐릭터를 안 해보다 보니 낯설긴 했었다. 들이대는 캐릭터를 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도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감독님이 이런 대사와 행동을 하는 캐릭터가 낯설긴 하겠지만 재현이가 늘 그랬든 아무렇지 않게 보여줬으며 좋겠다는 주문도 있었다”

-문채원을 리드하면서 연기를 잘 풀어간 듯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오빠이기도 하고 캐릭터 자체가 내가 리드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문채원도 작품을 많이 해왔던 터라 본인의 스타일도 있고 자기가 스스로 하려고 하는 의지도 있더라. 서로 존중하고 맞춰가면서 호흡을 맞췄다”

-로맨틱코미디가 잘 맞던가

“장르에 연연하기 보다는 이런 능청스러운 모습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진지하고 차분한 캐릭터를 많이 해서다. 이번에 능청스럽게 대사를 하고, 또 호흡도 빨리 해 말을 하는 등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게 좋았다. 이런 작품을 또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좋아해주신다. 재현이가 막 들이대는 대사를 해도 밉지 않고 매력적으로 끌려야 하는 데 그런 점들을 잘 알아주는 듯하다. 영화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 선배가 여자에게 들이대고 질척대는 모습을 보이지만 밉지가 않았는데 그런 미워할 수 없는 모습을 연기한 듯 매력적으로 봐주셨다”

-영화 속 수트입은 모습도 여심을 자극하겠더라

“극중에서 스포츠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서 수트를 입었다. 깔끔하고 멋스러운 모습을 위해 수트와 코트를 다 맞춘 것이다. 완벽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 몸에 딱 맞는 수트로 빈틈없는 남자를 보여준 것이다”

-‘하룻밤 코드’가 공감이 되던가

“이해를 할 수 없는 소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연애의 스킨십이 좀 오래 걸리고 요즘은 좀 빨라졌다고 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도 하룻밤 연애가 있었다고 본다. 이번 영화도 10년 전 준비됐던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하룻밤 코드라는 게 시대와는 크게 관련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아무래도 스킨십의 속도가 빨라진 것 같긴 하지만(웃음)”

-연애에도 진도가 있는 것일까

“연애의 진도가 어디까지 나가야 한다는 건 없다. 손은 만난 지 얼마 만에 잡고, 키스는 며칠이 지나야 하고, 잠자리는 몇 달이 지나서 해야 한다는 등의 기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룻밤 연애가 잘못되고 틀린 것이라고도 정의할 수 없다. 그날 분위기와 성향, 성격 등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나. 정해진 연애룰이 있는 건 아니니까”

-첫 대사에서 “당신과 자야겠다”고 하는데

“농도 짙은 대사나 성담론이 재미있었다. 불쾌하지 않았다. ‘그날이 분위기’가 이러한 것들을 미워 보이지 않게 잘 그리고 싶었다. 그게 내 몫이었다고 생각한다. 재현의 대사가 혐오스럽고 밉살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수정이 이러한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에게 내가 제안했던 장면이다”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같은데

“시나리오를 2014년 4월쯤 처음 받았다. 그해 가을에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각색되면서 대본이 많이 정돈된 상태였다. 처음의 신선한 느낌이 많이 줄어있었다. 다시 예전의 느낌을 살려보자고 했고 감독께서 같이 대본 작업을 해보자고 권했다”

영화 ‘그날의 분위기’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그날의 분위기’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많이 바뀐 장면이 있나

“비 오는 날 정자 밑에서 수정의 발을 마사지해 주는 장면은 원래 없었다. 그러나 둘의 스킨십이 있었으면 해서 그 장면을 제안했다. 서로 농담만 주고 받던 얄팍한 관계에서 수정이 재현의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발 마시지를 하면서 재현의 어깨에 빗물이 젖거나 바나나우유를 찾는 수정을 위해 사다 놓는 장면 등을 추가했다. 특히 바나나우유에 꽂은 빨대 끝에 비닐 캡을 씌워 놓아두는 것도 내 생각이었다. 로맨틱코미디 영화는 그러한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배우 복이 많은 듯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내로라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배우들과 대부분 작업을 했다. 진짜 복이 있는 것 같다. 같은 작업을 안한 여배우를 찾아보는 게 더 빠를 정도다. 박보영(‘늑대소년’), 한효주(‘뷰티 인사이드’), 천우희(‘해어와’), 박신혜(‘상의원’), 고아라(‘응답하라 1994’), 임수정(‘은밀한 유혹’), 수지(‘구가의 서’) 등 진짜 많은 여배우와 일했다”

-영화 ‘조선마술사’의 고아라와 경쟁하게 됐는데

“아직 ‘응답하라 1994’ 모바일메신저 단체방이 존재한다. 예전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현재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김)성균이형, 신원호 PD도에게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응원도 보냈다. 물론 (고)아라와도 서로 응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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