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획정위원장 전격 사퇴
여야 대치로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들의 처리가 무산된 채 12월 임시국회가 끝났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김대년 위원장(중앙선거관리위 사무차장)도 8일 획정위의 의결 요건 등 한계를 지적하며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7월 기존 국회의장 산하에서 선관위 산하로 옮겨 독립기구로 출범했던 선거구획정위도 독립기구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여야 대리전을 치르는 기구로 운영되다 사실상 기능마비의 식물위원회로 전락하는 처지가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이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처리가 불발되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퇴 성명에서 “국회의 합의 없이는 독자적인 선거구획정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만 절감했다”고 말했다. 획정위 위원들이 여야 동수로 4명씩 추천해 구성되는 방식인데다, 의결 요건도 전체 3분의 2 찬성으로 정해 놓은 탓에 여야가 대립하면 의사 결정이 어려운 구조다. 김 위원장은 획정위의 한계에 대해 “획정위원의 추천방식과 구성비율, 그리고 의결정족수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라며 “앞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획정위를 명실상부한 독립기구로서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획정위에 지난 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날을 심사 기일로 정해 획정안을 직권 상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선거구 밥그릇’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획정위 역시 끝내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이날 본회의 처리도 무산됐다. 획정위는 출범 이후 올해 초까지 24차례의 회의를 가졌지만 여야 대립으로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식물기구’로 전락하고 만 꼴이다. 위원장을 제외한 획정위 위원 8인에겐 회의마다 40만원씩의 수당 및 안건 검토비가 지급되는데, 약 반년간 1인당 회의비만 최대 960만이 들어갔으나 허송세월을 보내며 헛돈만 든 셈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는 이르면 11일 김 위원장의 후임을 지정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위원으로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선관위는 이와 함께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구 실종 장기 사태에 따른 대응책으로 예비 후보 등록 재개 및 예비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 허용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국회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핵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참석 의원 207명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김석진 방송통신위원 추천안을 비롯해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안건과 법안 21건을 처리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 논의를 위해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ㆍ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3+3 회동’을 할 예정이다.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9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는 19대 국회의 남은 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여야에 당부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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