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핵실험에 아날로그 스피커 대응… 국지 도발 초래하는 자충수될 수도
군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맞서 8일 재개한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지뢰도발 때와 방식은 비슷하지만 강도는 훨씬 세졌다. 특히 군 당국은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때까지 이 같은 대북 심리전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방송 재개로 인한 무력충돌 우려가 적지 않다. 최첨단 핵실험에 맞서 구식 스피커로 대응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서도 일각에서는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방 확성기 풀 가동, 이동식 확성기도 추가 투입
우리 군은 이날 휴전선을 따라 전방지역 사단 별로 1개씩 설치된 11개의 확성기를 모두 가동했다.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이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북한이 도발을 자행한 인근지역 2곳만 방송 스위치를 올린 것에 비하면 가동 범위가 전방지역 전체로 확장된 것이다.
또한 이동식 확성기 6대도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기존 고정식 확성기는 북한이 이미 위치를 파악해 언제든 조준타격 할 수 있는 반면 이동식 확성기는 위치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공격 당할 위험이 적고,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북측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강점을 갖췄다. 지난해 북한은 방송 재개 열흘 만에 확성기 주변으로 포격도발을 자행했지만 이번에는 우리측이 방송하는 지역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군 관계자는 “이동식 확성기는 디지털로 바꿔 성능이 향상돼 악천후에도 방송이 가능하다”며 “북한군을 밤낮없이 괴롭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타격 입을 때까지 방송 계속
군 당국이 확성기 방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전술적 목표도 지뢰도발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는 우리 장병 2명의 부상에 대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때문에 북한은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확성기 방송에 반발하면서도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는 유연함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겠다는 게 군 당국의 공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확성기 방송은 ‘상응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처럼 북한에 여러 가지 심리적 타격을 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정부가 그러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할 때까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확성기 외에 대북전단이나 대형전광판 등 다른 심리전 방식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방지역을 상대로 한 확성기 방송과 달리 전단은 북한 권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까지 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데 더 효과적이다.
北 국지도발 유발하는 자충수 될 수도
정부가 이처럼 확성기 방송을 포함한 대북 심리전에 초점을 맞춘 것은 달리 보면 우리 군이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물리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상황과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전략적 도발인 핵실험과 전술적 대응에 불과한 확성기 방송은 엄밀히 말해 서로 연관성이 없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화풀이로 비칠 수 있다. 추가 핵실험을 못하도록 북한의 손발을 묶어야 할 상황에 대북 방송으로 북한이 추가 도발하는 빌미만 제공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실험에 엄중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확성기 방송은 남북간 불신과 대결을 조장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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