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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예멘 주재 이란 대사관 피폭 주장은 거짓말”

입력
2016.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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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반군의 지지자들이 7일 예멘의 수도 사나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아파 지도자 님르 알님르의 처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나=로이터 뉴스1
후티반군의 지지자들이 7일 예멘의 수도 사나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아파 지도자 님르 알님르의 처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나=로이터 뉴스1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주재 이란 대사관 공습을 둘러싸고 사우디와 이란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 공습으로 대사관 건물의 손상은 물론 부상자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우디 연합군은 “이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발뺌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우디 연합군은 8일 성명을 내고 “조사결과 이란 대사관 주변에서 어떠한 작전도 수행되지 않았다”며 “이란 대사관 건물은 안전하고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외무부 대변인 호세인 안사리는 7일 “6일 밤 사우디 연합군이 예멘의 수도 사나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폭격해 대사관 건물이 손상되고 여러명의 경비요원이 부상을 입었다”며 사우디가 의도적으로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실제 대사관이 공격을 받았는지에 대한 증언도 엇갈리고 있다. AP는 “예멘 주재 이란 대사관 건물을 방문했지만 폭격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사우디의 공식 성명에 “이란 대사관 인근이 폭격당해 경비요원 중 한 명이 크게 다쳤다”면서 대사관 건물이 직접 폭격을 당했다는 애초 주장에서는 다소 톤다운을 했지만 사우디 연합군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폭격 피해의 세부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이란의 자국 대사관 피폭 주장은 단교까지 선언하며 공세적으로 나온 사우디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2일 사우디는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님르를 처형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지만 2일 밤 발생한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대사관 방화 공격으로 비판 목소리는 한풀 꺾였다. 이를 빌미로 사우디는 3일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했고 이란과의 민간 항공과 교역까지 중단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우디가 예멘 주재 이란 대사관을 공습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예멘에서는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반군과 수니파 정부사이의 내전이 진행중이며 사우디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은 지난해 3월부터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해 왔다. 반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사우디 연합군으로부터 후티 반군을 원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7일 이란 테헤란에서는 님르 알님르에 대한 추모식이 열려 반사우디 목소리를 강화했다. AP는 추모식이 분노로 차 있었으며 “알사우드(사우디 왕가)에 죽음을”이라는 외침도 들렸다고 전했다. 또한 이란은 이날 사우디로부터 수입을 금지하고 사우디 메카에서 이뤄지는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성명을 통해 “내각은 모든 사우디에서 생산된 물품과 사우디를 통한 물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바레인과 수단에 이어 지부티와 소말리아도 사우디를 지지하며 이란과 단교를 선언하면서 이슬람 세계가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져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사우디의 강도 높은 이번 대치가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국방장관이자 왕위계승 서열 2위의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자는 4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않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우디와 이란이 전쟁을 하면 지역에 대재앙이 시작되고,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친다”라며 “분명히 우린 그런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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