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정조준 비판 늘려 대중 가요 등 감성 접근법도
8일 낮 12시부터 휴전선 일대에서 전면적으로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과 북한 군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 동시에 담겼다. 적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일종의 강온 전략인 셈이다.
이날 최전방부대 일대에서 울려 퍼진 대북 확성기는 총 11대다. 심리전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1대당 하루 2~6시간씩 불규칙적으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운영된다. 500 와트의 고출력 스피커 24개가 배치된 확성기 음향은 낮엔 10km, 밤엔 24km까지 퍼져 나간다.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북한군 GP(전방 소초)뿐 아니라 DMZ 북쪽 부대, 기상 여건이 좋을 경우엔 황해도 남부 민간인 거주지까지 방송이 들린다는 얘기다.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은 크게 북한의 실상 및 체제 비판, 남한 체제의 우월성과 발전상 홍보, 국내외 뉴스와 날씨 등 시사 생활 정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지난해 8월 목함지뢰 도발 대응 조치로 방송을 재개했을 때 김정은 정권을 직접 겨냥하는 내용을 자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좀 더 날을 세웠다는 평가다.
북한 체제의 비판 프로그램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책임이 김정은 정권에게 있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8월 방송에선 김정은이 집권 이후 한 번도 외국 방문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외톨이 이미지를 부각시킨 바 있다. 다만 군 당국은 김정은에 대한 유치한 인신공격성 비판은 괜한 반발심을 불러 일으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폐쇄적이고 낙후된 북한의 실상과 대비해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홍보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남북한 사회를 모두 경험한 탈북자들을 출연시켜 설득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날 방송에선 여자 아나운서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소개하며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싫은 비밀이라는 게 있지만, 독재국가에선 그런 인간의 본능까지 통제한다”며 개인 생활을 통제하는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날씨 정보나 대중가요 등 연성 콘텐츠도 등장한다. 이번에는 이애란의 ‘백세인생’,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의 노래가 방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위사령부 25시’라는 라디오 드라마도 방송 됐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권력을 이용해 부하의 아내에게 접근하는 호색한으로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조준 사격에 나설 것을 대비해 확성기 앞에 1m 높이의 둔덕을 쌓고, 전방에는 북한군 동향을 실시간 감시하는 무인카메라를 별도로 설치하는 등 확성기 주변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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