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계와 협의 없이 양대 지침 발표하자 결심
김동만 위원장 기자회견서 전면투쟁 구체 방침 밝힐 듯
대타협 파기 땐 ‘5대 입법’ 19대 국회 내 처리 힘들어
한국노총이 11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지난 9월 노사정대타협 직후 정부가 노동계와 협의 없이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기준 완화 지침 초안을 발표한 것에 따른 조치다. 노동개혁 입법안의 국회처리가 불투명해지고, 노ㆍ정 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고위 관계자는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중집에서 정부가 노동개혁 5대 입법과 양대 지침을 일방적으로 시행할 경우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결의했는데도 정부가 지난달 30일 사실상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며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고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 파기에 소극적이었던 한국노총의 한 산별노조 위원장도 “지도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혀 이미 한국노총 내부적으로 합의파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합의 파기 형식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사진)의 기자회견이 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11일 오후 중집이 끝나는 대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전면적인 투쟁 ▦반(反)노동자 정당 심판 ▦법률 투쟁 등 구체적 행동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저성과를 이유로 무리한 일반해고를 시도하는 사업장 사례를 모아 소송을 제기하고, 정부의 양대 지침 마련에 대한 헌법소원,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 낙선운동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대타협을 파기하면 정부ㆍ여당이 추진하는‘노동개혁 5대 입법안’의 19대 국회 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정부는 ‘노사정 합의’사항이라는 명분으로 야당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설득해왔는데, 그런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노사정위 산하에서 운용되고 있는 청년고용협의회ㆍ산업안전혁신위원회ㆍ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ㆍ임금연구회 등 협의체 논의도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동계의 참여 없이는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 협의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선, 청년 일자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정부가 재량 사항인 일반해고ㆍ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 등 양대 지침 도입을 강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오전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위원회에 참석한 후 “한국노총에서 다른 식으로(노사정위 탈퇴) 결정해도 지침작성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정부가 노동계의 극한 반발을 무릅쓰고도 이를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대타협 파기가 돼도 노동계와 대화를 계속 해나간다는 것이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역사적 합의”라고 주장했던 지난해 노사정 대타협이 4개월 만에 파국을 앞둔 것에 대해 윤애린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노사정 대타협 직후 정부ㆍ여당이 노동계와의 논의조차 없이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대화의 틀이 깨지면 오히려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등 노사정 합의 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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