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36.5] 물의 빚은 예능 스타의 복귀

입력
2016.01.07 20:00
0 0
지난달 4일 JTBC 새 예능 '아는형님' 제작발표회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제공
지난달 4일 JTBC 새 예능 '아는형님' 제작발표회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제공

신정 연휴 기간 오랜만에 아이들과 휴식하며 예능 프로그램을 돌려보다가 방송인 이수근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이젠 방송 복귀 사이클이 좀 빨라졌나’ 싶었다. 생각난 김에 함께 떠오르는 이런 저런 이름들을 검색해 보았다. 반가움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수근은 지난 가을 온라인 전용 콘텐츠 ‘신서유기’를 통해 예능으로 복귀했다. 그 후 강호동과 JTBC의 ‘아는 형님’이라는 프로그램을, 그리고 은지원과는 xtm의 ‘타임아웃’을 맡고 있다. 또 일일 MC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참석하며 정형돈의 후임 물망에 오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수근만이 아니다. 지난 9월 2부작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잠시 모습을 비쳤던 노홍철은 2016년 tvN의 ‘내 방의 품격’으로 돌아왔으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노홍철의 길바닥 쇼’ 또한 예정되어 있다. 조금 더 오래 얼굴을 보지 못한 듯한 김용만 역시 tvN의 ‘쓸모있는 남자들’에 이어, MBN의 ‘오시면 좋으리’에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회적 물의를 빚은 예능 스타들이 2015년의 끝무렵에 돌아왔다. 자숙 기간을 살펴보니, 불법도박으로 문제가 된 김용만은 2년6개월, 같은 혐의의 이수근은 2년, 음주운전으로 문제가 된 노홍철은 불과 1년이다. 이들은 모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상파를 피해,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복귀의 첫 발을 디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지금처럼 방송 복귀가 쉽지 않았다. 물의를 빚거나 논란에 휩싸인 여배우를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정도가 유일한 복귀 통로였던 시절도 있었다.

연예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적 인물(public figure)이라는 점에서 종종 공인으로 분류된다. 한 잡지가 지난 한 해 SNS 언급 횟수 등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유명인을 의미하는 셀레브리티 50명을 선정한 결과 이중 연예인은 37명이나 됐다. 또 때로는 연예인의 말 한 마디가 정치인의 그것보다 더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게 우리 사회가 연예인에게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다.

어쩌면 종편 등의 다양한 케이블 채널 환경이 그들의 빠른 복귀에 날개를 달아주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마치 제방이 무너진 듯 자숙 기간을 거친 연예인들이 안방 브라운관을 한꺼번에 점령한 현상을 설명해줄 이유가 과연 그것밖에 없을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우리에게 세상은 어차피 ‘헬조선’이므로. 사회지도층 내부에서의 유착과 담합, ‘갑질’이 횡행하는 대한민국에서 사기를 친 것도,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과거보다 관대해진 기준은 혹여 이런 느슨한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

최근 본보가 보도한 기부금 시리즈를 준비하다가 셀란트로피스트(celanthropist)라는 용어를 새로 배웠다. 유명인을 뜻하는 셀레브리티(celebrity)와 박애주의자를 의미하는 필란트로피스트(philanthropist)가 합쳐진 것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할리우드 스타가 워낙 많아 생긴 말이라고 한다. 또 ‘룩 투더 스타즈’라는 단체는 셀레브리티들의 기부 소식과 통계 등만 모아 놓은 전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 들어가면 가령 가수 엘튼 존이 지원한 55개 기부단체와 활동평가 지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새해도 맞았으니 우리도 연예인 공공성 제고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기부, 자원봉사, 성실납세 등의 공익활동에는 가점을 주고 도박이나 마약,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 감점해 순위를 매기는 식으로 말이다.

사회부 김영화기자 yaa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