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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긍정 에너지 불어넣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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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긍정 에너지 불어넣어요

입력
2016.0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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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무대로 활동하는 극단 무하 장혁우(앞줄 가운데) 대표는 “청소년들이 맘껏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장 대표가 청소년 단원들과 함께 만든 뮤지컬 ‘메밀꽃 필 무렵’에서 열연하는 모습. 극단 무하 제공
춘천을 무대로 활동하는 극단 무하 장혁우(앞줄 가운데) 대표는 “청소년들이 맘껏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장 대표가 청소년 단원들과 함께 만든 뮤지컬 ‘메밀꽃 필 무렵’에서 열연하는 모습. 극단 무하 제공

지난해 여름 강원 춘천지역 문화계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전문 배우가 아닌 청소년들이 선보이는 연극과 뮤지컬을 선보이는 ‘썸머드림페스타’행사기간 내내 구름 관객이 몰려든 것이다.

개막 작품인 연극 ‘택시 드라이벌’을 비롯해 1978년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해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 ‘그리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청소년 배우들은 무대의 막이 오르자 고개를 갸웃거렸던 많은 이들을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만족시켰다. 유료공연임에도 서서 공연을 감상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그야말로 반전. 축제를 기획한 장혁우(34) 극단 무하 대표는 “아이들이 열심히 해준 덕 뿐”이라며 단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장 대표는 2012년 극단 무하를 창단, 청소년들에게 공연예술의 참 맛을 접하게 해주는 문화전도사. 무하는 ‘무조건 하자’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에겐 아래란 없다(無下)’는 의미. 젊은이다운 도전정신이 물씬 풍기는 이름이다. 3년 전에는 배우 지망생을 위한 극단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퍼포먼스, 영화, 댄싱, 아카펠라까지 장르를 확대했다. 현재 춘천지역 100여 명이 단원으로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극단 무하는 올해 열린 강원도 청소년연극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퍼포먼스 무하는 전국 청소년 그룹댄싱·가요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퍼포먼스 무하는 원주에서 열리는 다이내믹 페스티벌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배우이자 극작가인 장혁우 대표는 청소년 문제를 다룬 공연을 무대에 올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배우이자 극작가인 장혁우 대표는 청소년 문제를 다룬 공연을 무대에 올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춘천 토박이인 장 대표는 배우이자 극작가다. 고교시절 연극반 활동을 시작해 만 열아홉에 ‘오셀로: 노란 손수건’으로 공식 데뷔했다. 연극 ‘과꽃’과 ‘돌아서서 떠나라’ 뮤지컬 ‘시나브로’ 등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연극판에선 꽤나 잘 알려진 배우다.

지난해 대학로에 진출한 ‘연극 바보들’역시 그의 작품이다. 장 대표는 이 작품의 대본을 쓰고 직접 주연을 맡아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청소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젊은 친구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문화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게 장 대표의 답변이다.

“연극무대에 데뷔했다 8년간 방황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보니 공연예술 생태계가 멸종되다시피 했더군요. 학업에 치어 고등학교 연극부는 사라지고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은 비싼 학원비를 들여야만 연기를 배울 수 있었죠. 그래서 무료로 연기와 극(劇)예술을 배울 수 있는 극단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장 대표는 “집안의 반대와 연극배우에 대한 사회적 편견, 의심의 눈총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무료로 연기지도를 해주려 해도 순수한 뜻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아이들에게 헛바람을 집어 넣는다’며 봉변을 당하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장 대표는 ‘아이들이 진정 바라는 꿈이 뭔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말로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또한 철저히 공개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고,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등 극단을 투명하게 운영하려 애썼다.

진실한 그의 마음이 통했을까. 이젠 극단의 후원자 돼주는 학부모들이 꽤 많다. 공연장이나 춘천 후평동 연습실에 나와 자녀를 응원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이젠 낯선 모습이 아니다.

장 대표는 이제 청소년 극단 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려 한다. 집단 따돌림이나 청소년 흡연 예방 등 사회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청소년의 눈높이로 공연을 만들어 해법을 제시하려 한다. 또 실제 있었던 우리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극을 쓰고,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역사 알기 프로젝트’도 진행하려 한다. 이것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문화예술인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장 대표는 먼 훗날일지는 모르지만 청소년 예술마을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용극장을 지어 콘서트와 세미나 등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연중 이어지는 ‘무하마을’. 이곳은 모두가 부담 없이 스트레스를 풀고 끼를 발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동아리 아이들이 나중에 배우를 안 해도 좋습니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쏟아 낼 수 있는 공간을 꼭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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