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헌 판결 직후 백악관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 조명으로 장식돼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동성혼을 전격 허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동성혼 합법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동성혼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서는 동성혼 부부에게 대리모의 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문제로 잡음이 일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대법원장 로이 무어는 6일(현지 시간) “앨라배마주 내 지방법원 판사들은 동성부부들의 혼인 신고를 처리하지 말고 결혼 허가증 발급을 중지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주 지방법원들은 행정명령에 따라 홈페이지에 “다음 공고 때까지 동성부부들의 결혼 허가증 발급이 중단된다”는 내용의 공지를 내걸었다.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허용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무어 주대법원장은 “연방법원의 잘못된 판결 때문에 주 지방법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앨라배마주는 연방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수 색채가 강한 앨라배마에서는 지난해 초 연방법원 앨라배마지부 판사가 “동성혼을 금지한 앨라배마 주법은 위법”이라며 시행을 중단시켰고 연방대법원이 동성혼 합법화를 선언하면서 동성혼 합법화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무어 주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층은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앨라배마주 인권단체 소속 사라 와벨로우 법무팀장은 “이번 행정 명령은 법적 해석이 아닌 무어 판사 개인의 견해에서 비롯된 허튼소리일 뿐”이라며 “당장 행정명령을 취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오리건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클라인 부부가 동성결혼 커플의 결혼식 케이크 주문을 거부했다가 13만5,000달러(1억6,0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고, 계좌에 있던 현금까지 전액 강제 징수당했다. 클라인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써 종교 신념에 위배된다고 생각해 거부했다”며 “벌금 납부 유예를 신청했지만 기각 당하고 돈을 모두 빼앗겼다”며 울먹였다. 켄터키 주에서는 법원 서기인 킴 데이비스가 동성 부부에게 결혼허가증 발급을 거부했다가 체포돼 5일간 수감되기도 했다.

서유럽에서 유일하게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이탈리아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은 6일 대리모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시사하면서 “동성 부부에게 대리모가 낳은 양자를 입양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커다란 국내 반발을 살 것이다. 나부터 앞장 서서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 부부들이 선호하는 양자 입양을 반대함으로써, 향후 동성혼 합법화에도 만만치 않은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마테오 렌치 총리 주도로 동성혼 합법화 절차를 밟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 반발이 강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도 한 남성이 동성 결혼권을 주장하며 중국 역사상 처음 동성혼 소송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에 사는 쑨 웬린(26)씨는 자신의 동성 배우자(36)와의 혼인 신고를 거절한 지방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가 7일 전했다. 쑨씨는 소장에서 “중국 혼인법에는 성적 평등과 결혼할 자유가 명시돼 있다”며 “이 개념은 동성혼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지만, 동성혼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동성 부부 또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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