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미혼 여성이 돈을 주고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 6명을 데려다 키운 혐의로 6일 구속됐다. 경찰 추정대로 아기 1명에 월 15만원인 정부 양육비를 노린 것인지, 가족들 주장대로 ‘결혼 안하고 아이만 키우고 싶어서’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번 사건처럼 인터넷에서 돈을 매개로 한 아이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합법적 입양은 갈수록 줄고 있어 걱정스럽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1년 1,548명이던 국내입양이 2014년에는 637명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주범으로 꼽힌다. 국제기준에 맞춰 입양절차와 조건을 까다롭게 한 게 핵심이다. 아이를 낳은 친부모가 먼저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절차에 들어갈 수 있고, 양부모는 법원에서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는 미국 사례를 참조한 것이다. 미국에선 정부 허가를 받은 변호사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양부모를 고른다. 양부모가 아이를 잘 보살필 능력이 있는지, 인종적 편견은 없는지 등을 세심히 살핀다. 이어 시험양육과 가정조사를 거쳐 법원의 청문절차를 통과해야 입양을 허용한다.
▦ 유럽 등 서구사회는 친부모 동의 아래 입양아의 사전ㆍ사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아이가 자라면 입양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국내에선 입양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 ‘내 핏줄’에 대한 강한 집착 탓에 비밀주의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여전하다. 미혼모가 합법적 입양절차를 밟으려면 먼저 자신의 호적에 올려야 하는데, 어느 여성이 ‘아기를 낳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겠는가. 그러니 인터넷 등 불법 경로를 통해 양부모를 찾아 나서거나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것이다.
▦ 버려진 아이가 줄어 입양도 줄어든 것이라면 반길 일이나, 현실과 괴리된 제도 탓이라면 속히 손을 보는 게 맞다. 성 개방 풍조의 확산과 이혼 증가 등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의 한 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가 2010년 4명에서 2012년 67명, 2013년 239명으로 급증한 게 단적인 예다. 인터넷 감시망을 촘촘히 짜고 미혼모 출생신고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보완대책이 시급하다.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버려진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히 보살피는 건 국가의 책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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