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올림픽이다.”
한국 간판 스프린터 김국영(25ㆍ광주광역시청)이 올림픽 무대에서 ‘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8월 리우올림픽을 향해 날마다 신발끈을 바짝 조여 매는 김국영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올림픽에서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물론 김국영의 전성기가 단순히 메달 색깔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전세계인의 눈길이 쏠리는 스포츠 대제전에서 10초대 벽을 허물겠다는 것, 이것이 김국영의 야무진 꿈이다.
100m 9초대 진입이 허황된 목표인 것은 아니다. 신체조건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아시안 스프린터에게 9초대 진입은 거의 불가능한 기록으로 간주됐지만,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기록이 깨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의 쑤빙톈(27)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100m 결선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9초99를 계기판에 찍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쑤빙톈은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다시 한번 9초99 기록을 썼다. 초속 3.3m의 뒷바람이 불어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일본의 기류 요시히데(21)도 2015년 텍사스 릴레이 대회에서 9초87을 찍었다. 이들의 체격 조건은 김국영(175cmㆍ73kg)과 크게 다르지 않다. 쑤빙톈과 기류 요시히테의 키는 각각 172cm, 175cm다.
중국과 일본 단거리 육상의 성장은 김국영에게 큰 자극제다.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쑤빙톈은 2011~12년 만해도 기록은 좋지만 큰 대회에서는 성적을 내지 못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점차 한 수 위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면서 본인도 한 단계 성장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김국영은 일본 육상에 대해서도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신체 조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국영 역시 9초대 진입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그는 2010년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31년간 깨지지 않던 100m 한국 신기록(고 서말구 보유ㆍ10초34)를 10초23으로 앞당겼고,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다시 0.07초 앞당겨 10초16을 찍었다. 10초16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이다. 이로써 김국영은 한국 단거리 선수 중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다. 김국영은 지난해 10월 강릉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전에서도 100mㆍ200mㆍ400m 계주ㆍ1600m 계주 4관왕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국영의 성과를 지켜본 대한육상경기연맹은 ‘한국 단거리 살리기’에 나섰다. 한국 100m 기록 단축의 과제를 김국영에게 맡겼다. 동계 해외 전지훈련기간 동안 김국영이 일본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한 것. 지난해 11월부터 일본에서 훈련 중인 김국영은 “그 동안은 스파르타 훈련으로 기록을 낸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현지인 코치가 기술적인 부분을 도와주고 있고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영은 당분간 국내 무대보다는 일본 주요 대회 등 국제 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국영이 심리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주눅 들지 않는 것이다. 유독 큰 대회에서는 긴장하는 일이 잦았던 그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자격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했고, 금메달을 노리고 출전했던 2014 인천아시안게임 100m 준결선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10초35를 기록해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국 단거리를 책임지는 대표 주자라는 부담감도 크다. 김국영이 잘하면 ‘한국 육상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고, 김국영이 못하면 ‘한국 육상은 어쩔 수 없다’라는 한탄이 쏟아졌다. 김국영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조차도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올림픽 무대에서도 어차피 부딪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나는 아직 성장하는 중”이라며 “올 한해 또 한번 정점을 찍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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