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갑 판매로 세금만 10조원 이상…금연효과 미미
판매량과 세수 증가액 모두 정부 예측과 큰 차이
지난해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3조6,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 예상보다 8,000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담배 판매량 감소폭도 당초 정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증진이 아닌 세수증대 목적의 정책이었다는 게 결국 통계로 입증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기획재정부가 7일 내놓은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른 효과’에 따르면 작년 담배 판매량은 2014년보다 23.7% 감소한 33억3,000갑이었으며, 반출량은 29.6% 줄어든 31억7,000갑으로 나타났다. 반출량은 국내 공장에서 반출된 담배와 세관을 통과한 수입 담배를 더한 값으로, 세금은 반출 시점에 부과된다. 이에 따른 소비세 등 지난해 연간 담배세수는 전년보다 3조6,000억원 증가한 1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를 토대로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량이 34%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세수도 2014년보다 2조8,000억원 늘어난 9조7,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결국 판매량 감소율은 10%포인트 이상, 세수 증가액에서는 8,000억원 정도가 정부 예측치에서 어긋난 셈이다. 지난해 9월 2016년 예산안 편성 당시 담배판매량 감소율을 25.1%로 수정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실제와는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예측 실패를 담뱃값 경고 그림 탓으로 돌리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정부 증가분 예측치보다 세수가 더 증가한 것은 경고그림의 도입 지연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담뱃갑 경고 그림이 같이 입법화됐으면 (판매량이) 34% 줄었다고 본다”고 밝혔었다. 담뱃값 경고 그림 의무화는 올해 12월에야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담배 가격을 올려 결국 서민 증세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부가 담배 수요 예측이 어긋한 것을 경고그림 탓을 돌리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보다 정확한 해명과 사과부터 한 후 담배 세금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번 세수 증가분을 지방재정(1조4,000억원), 국세(1조원), 건강증진부담금 등(1조2,000억원)으로 나눠 납입한다고 밝혔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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