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상문 LG 감독. /잠실=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LG의 선수단 신년하례식이 열린 6일 잠실구장 내 구내식당. 신년사를 위해 단상에 선 양상문(55) LG 감독은 대뜸 선수들을 향해 "오늘 양치질을 하지 않고 나오신 분 있느냐"고 물었다. 다소 뜬금없는 양 감독의 질문에 어리둥절한 선수들의 침묵이 잠깐 흘렀다.
잠시 생각이 잠긴 양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세운 각자의 목표가 있을 것"이라며 "아침에 양치질 하듯 매일 매일 자기 몸이 스스로 반응하도록 해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양 감독은 "딱 세 가지만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뒤 "올 시즌 모두 야구만 하자, 야구만 생각하자, 야구만 잘 하자"라고 신년사를 마쳤다.
달변가인 양 감독의 이례적인 초간단 신년사가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LG는 지난 시즌 창단 첫 9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앞선 2년 간의 4강 진출이 퇴색됐다. 부상 선수들이 발생하는 등 전력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팀 분위기가 급격히 추락했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같은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다양한 주문을 했다.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득점 확률을 높일 것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야구 외적으로는 시즌 도중 술을 멀리 하자는 당부도 했다. 이 역시 시즌 후반 음주 사고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구체적인 행동 강령은 선수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번 시무식에서는 '각론' 없이 신년사를 끝낸 것이다. 양 감독은 "치욕스러웠던 2015년이라는 숫자가 지워졌다. 팬들이 기다리는 시즌을 만들자"는 말로 올 시즌 와신상담의 각오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한편 앞서 열린 주장 선거에서는 투수 류제국(33)이 유효 투표 수 154표 가운데 89표의 지지를 받아 올 시즌 주장으로 뽑혔다. LG는 전통적으로 시무식 당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프런트까지 한 표를 행사해 주장을 선출한다. 류제국과 함께 후보에 오른 선수는 봉중근, 이병규(7번), 박용택, 손주인이었다.
LG는 개인 훈련을 이어간 뒤 17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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